2010년 1월 15일 금요일

개죽음


찻길 건너던 강아지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았다. 
마음이 별로 안 좋다.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주인이 안 나타나는 것을 보니 집을 잃었는지 유기 견인지 알길이없다.

"새해 벽두부터 재수 더럽게..."

사고를 낸 운전자는 인상을쓰고 신경질을 낸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어찌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잘, 잘못을 따지기전에 안전운행 방어운전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침까지 탁하고 밷는 모습이 보기에 안좋다.
그것도 부족한지 주위를 훓어보더니 목숨이 붙어있는 녀석을  발로 두어번 툭 툭 걷어찬다. 
나는 순간 두손에 깍지를 끼고 중얼중얼 장소에 어울리지않는 기도아닌 기도를했다.

"내 낭군이 저런 남자 아닌것이 하나님 너무 감사해요."

내 모습이 꼴불견으로 보이는지 아니면 내가 개 주인인줄 아는지 째려보는 눈이 섬칫하다.
"니미 씨~퍼얼...개새끼 주인 당신이야?"

대답대신 고개를 돌렸다.
길가에라도 옮겨놓으면 좋으련만 씨퍼얼을 수없이 남기며 그냥 가는 운전자의 모습...
사람의 이기가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후~~
아무리 짐승이지만 생사를 앞에 두고 있는 생명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이 험한 세상을 실감 나게 한다.
점점 사람들의 마음이 강퍅 해지는 것 같아서 싫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폴리스 차가 도착하고...

"사람 사건 사고도 모자라서 개까지  더하기 해준다 이거지?"

허허 웃는 미소년 같은 경찰을 향해 눈인사를 했다.
"아직 살아있는데 병원가도 살릴수는 없을것같고...목끈 안하고 다니시면 신고 대상이라서 일단 신고가 접수된거니까 두분 함께 가셔서 적당히 타협하시지요, 개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개죽음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아무 말없이 돌아서서 왔다.

"아줌마 개 아니예요?~~"

나 원 참.

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초저녁 그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쥐똥나무라고 알아?"

"쥐똥나무? 봄에 산에 가면 흰 꽃피는 그 나무 아닌가?  가을에 쥐똥처럼 생긴 까만 열매 달리는 그거요. 요즘 공원이나 길가에서도 많이 보이던데요. 왜요?"

급히, "알았어! 알았어" 하며 전화가 끊어졌다.
몇 차례 피를 토한 그이에게 돌 파리 한의사를 자처하는 친구들이 한방에서는 피 토하고 피 똥싸는 사람에게 쓰인다는 한약재료를 두고 동의보감을 독해한 듯  아마도 농장에서 짜가 허준들의 토론이 벌어졌나보다.
[5∼6월에 흰색 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6∼7mm의 둥근 달걀 모양의 열매가 열리고 가을이 되면서 10월에 검은 색으로 익은 열매가 쥐똥같이 생겼기 때문에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은 도심공원에 조경 울타리로 심은 것을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수랍과(水蠟果)라는 약재로 쓰는데, 강장·지혈 효과가 있어 허약 체질·식은땀·토혈·혈변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8시30분 다시 전화가 온다.
친구 부인이 취했다고 집에 가라고 한다며 콜택시를 타면서 전화기에 대고 술 취하면 하는 그이의 입력된 맨트가 이어진다.

"짱구엄마가 집에 가래! 나 지금 택시 타려고... 아파트, 우리아파트..."

15분 후에 아파트입구로 택시비 가지고 나와 있으라는 전화다.
아파트 안으로 택시가 들어오려면 절차가 여간 복잡하지 않기에 술 취하면 나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가끔 현금으로 수금을 하기 때문에 주머니에 돈이 있는 그이는 술에 취하면 지갑을 꺼내지 않는다. 지갑을 모두 잃어버린 경험이 있기에 생긴 습관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저만치 택시가 잠시섰다가 내 앞을 지나간다.
큰소리로 "자기야~~" 하고 부르니 택시가 섰다.
창문이 마침 열려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기사님에게 무슨 죄인이나 된 것처럼 눈치를 보며 허리를 굽혀 고맙습니다 를 몇 차례 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추스려 일으키는데 너무 힘들다.
나는 그이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기사아저씨 돈 벌러 빨리 가셔야하니까 얼른 내려와요."

안스럽게 그이를 쳐다보고 내 얼굴을 쳐다보고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부끄럽다.
술 취한 사람은 목소리가 크다.
말도 많이 한다.
한말 또하고, 또하고, 다시 또하고, 시스템이 그 자리에 멈추었나보다.
남들에게 비쳐지는 그이의 술 취한 모습이 너무 창피하다.
아파트 관리실을 지나치려니 죽을 맛이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하기에 우는 아기 달래듯이 꼭 안고 들어왔다.
1분이면 들어올 집을 10분은 걸린 것 같다.
거의 인사불성상태에서도 신종플루 때문에 손을 닦아야 한다고 떠든다.
따끈한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 발을 대충 닦이고 잠자리에 눕혔지만 몸이 많이 괴로운가보다. 크게 앓는 소리, 신음소리, 가슴을 부여잡고 가슴을 자꾸 주먹으로 친다.
정신이 들면 얼마나 아플까 걱정이 된다.
그 주먹을 부여잡아 저지하며 말했다.

"녹음기 어디 있지? 녹음을 해야겠어!"

그 순간 조용해진다.
한 성질 하는 꼬챙이 같은 성격에 자신의 결점을 증거로 남기기는 싫은가 보다.
잠들었다.
들깨 찹쌀 죽을 밤새 끓여 이른 아침 아픈 속을 달래 주었다.
절대로 잔소리는 안 하려고 했지만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은 남의 탓을 했다.

"인사불성인 사람을 택시를 태워보내면 어떻게 해? 좀 정신이 들면 보내! 짱구엄마 정말 섭섭하네."

그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남의 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2009년 11월 27일 금요일

개똥 줍는 여자



한 두 번 듣는 말은 아니지만 산책하는 길에 누구에게 좋지 않은 말을 들으면 하루가 심란하다.
함박눈을 맞으며 기쁜 마음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산책하던 어느 할머니 말에 마음이 상해서 돌아왔다.
어느 날 산책길에 개똥을 밟아서 하는 말이라며 개 키우는 사람들은 욕을 먹어도 감수를 하라며 느닷없이 욕을 섞어가면서 내게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개 키우려면 돈도 많이 들어간다는데 그 돈으로 고아원 아이를 데려다 키우면 고맙다는 말이라도 듣지 개새끼를 왜 키우는지 몰라~~ 뉴스에 보면 개 키우는 것들은 개에게 물려죽더라고..."
 할머니의 말이 모두 틀린 말이 아니기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왔다.

우리 집에는 애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가족으로 인정하고 살기를 한 녀석은 15년 한 녀석은 3년이다. 
그동안 싫어하는 사람들의 많은 눈흘김을 받기도 했다. 안고 나가면 개 안고 다닌다고 한마디 걸어가면 사람 걸어 다니는 길로 다닌다고 한마디 탤런트 노 아무개씨 아들은 털을 많이 삼켜서 죽었다느니, 물론 예쁘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쓰다듬는 사람도 있지만 참 좋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산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런 핍박을 퍼부을 때는 그만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틀린 것만은 아니다. 좋은 예로 산책을 가면 길이나 공원에 똥 싸놓고 그냥 간 사람들 참 많다. 그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려면 내가 죄인 된 기분이다. 개 키우는 사람들 싸잡아서 욕 듣는다. 그러니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주워서 통에 담아 돌아온다. 결벽증 환자에 가까운 내 성격에 개똥 줍는 아줌마가 되고 말았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데 약에 쓰시려고 매일 주워 모으시는 거예요?"

공원 관리 아저씨가 기어코 나를 웃게 한다. 개 키우는 사람들 제발 공중도덕 잘 지켜 주었으면 한다. 
몇몇 사람들 때문에 개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키우는 사람까지 똥개 취급당하지 않게 신경 좀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크다. 직접 그 자리에는 아무도 보는 사람 없다해도 자신의 양심은 다 보고 있지 않은가. 응가 줍는 일은 당연한 것인데 무슨 배짱으로 그냥 두고 가는지 모르겠다. 
1994년도에 미국 동북부에 갔을 때 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 그 넓은 공원에 적막하리 만치 아무도 없는데 어떤 여자가 강아지를 데리고 있다가 응가를 하니 비닐 봉 다리에 주워담는걸 보고 아주 인상적이라고 말하니까 걸리면 벌금 2 천불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해부터 나는 애견 1마리를 가족으로 맞아 키우기 시작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벌금을 떠나서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개를 키우든, 벌레를 키우든, 곤충을 키우든, 뱀을 키우든, 자기 취향에 대한 책임은 두말할 나위없이 의무이니까 모두가 지켜야 한다. 

그리고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타인의 취향에 좀 관대한 사람이 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사 어찌 자기 중심적으로만 살수 있겠는가! 지구는 인간과 동물이 같이 공존하도록 되어있음에도 쓸데없는 고정관념으로 비난하고 타기 하는 건 모자라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2009년 9월 14일 월요일

아이들이 무서운세상

저녁나절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빠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버스 정류장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며 재활용품을 모으는 지하층에 들려 가기 위해 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치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 표정을 보면서 싱긋 한번 웃어보기도 하고 모자도 다시 고쳐 쓰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거울 보며 멋 부리다가 내려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눌러놓지 않은 것이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깔깔대며 급히 지하1층을 눌렀더니 그제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자동화 기기 들은 정보를 주어야만 다음 단계로 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음에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실수로 인해 정지상태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의자에 중학생일까? 고등학생일까? 여학생 1명과 남학생 2명이 있다. 옆으로 가니 술 냄새가 몹시 났다. 잠깐동안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자니 삼각관계 인 것 같았다. 그중 한 남학생이 침을 탁 뱉는 것이었다. 위화감도 들고 너무 불쾌하고 더러워서 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멀찌감치 비켜났다. 아직 술에 취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눈에 거스리는 행동을 한다. 저들도 금방 어른이 되고 늙어 갈텐데 지금은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지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불손한 태도와 물불 안 가리는 욕 섞인 언행은 주변에 사람들이 있거나 말거나 그냥 무시하고 마치 대단한 그들만의 능력을 서로 저울질이라도 하듯 여학생을 차지하기 위해 격투 직전의 분위기다. 나도 여자기에 그 여학생에게 무언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공기는 만만치 않게 험했고 그 아이들이 무서웠다.

얼마 후 버스가 도착하여 남편을 반기며 모른 체 하고 바삐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처럼 그들의 정신세계도 버튼을 누르면 온순해지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지금 중요한 청소년 그 시기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깨워 줄수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학생들은 물론이고 특히 여학생 에게는 순간의 잘못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염려스러웠다.

아직 어른들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이지만 정말 거침없고 두려움없는 세대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처럼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세상의 사건들이 일어날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아무 것도 못 본 척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바른 길라잡이 역할은 고사하고 아이들이 무서워서 충고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피하듯이 비겁하게 돌아섰다.
내려갈때 두 사람에게 웃음을 주었던 엘리베이터 안에 풍경은 세사람이 되어 돌아오는데도 모두가 조용히 말이없다.
무관심,
내가 잘못 사는 것인가?
세상을 탓해야하는 걸까?
왠지 씁쓸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2009년 9월 11일 금요일

쭐래



우리집 가까이에 신문사 사장님이 사시는데 아주  점잖은 분이라서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를 나눌때도 평소 내 모습보다는 훨씬 얌전하게 내숭을 떨어가며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사장님 부부를 동물 병원에서 마주쳤다.
작고 예쁜 애견이 제왕 절개수술로 새끼를 낳았다며 보물처럼 안고 퇴원을하여 병원 문을 나서는 중이었는데 빨리 가자고 서두르는 부인을 잡아끌며 우리 쎈에게 던지는 한마디!

 "네놈 등짝에 콩 서말 뿌리고도 남겠다."

ㅋㅋㅋ~~
치와와 블랙탄이 이렇게 살이쪄서 놀림을 받고 말았다.

다이어트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