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1일 수요일

갈등


 

나는 덩굴성 식물을 좋아한다.인내심도 강하고 끈기도 있어보이고 꽃 향기도 좋고....등등..찍어놓은 사진을 찾다보니 새콩, 하박쪼가리, 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인동초도 있다. 작년에 찍은 등나무 꽃과 칡꽃을 찾아놓고 보다가 칡과 등나무를 골랐다.둘다 올리기로 했다.
나의 느낌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요즘 우리나라 정치계..... 모양새?를 보는것 같은느낌이다.   

갈등葛藤,
갈(葛)은 칡이고 등(藤))은 등나무를 일컫는다. 
사전에는 견해· 주장· 이해관계 따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라고 써있다. 
우리는 많은 갈등 속에서 세상을 산다. 자신이 아주 잘났다고 하는 사람도, 그렇지 못하다고 겸손한 사람도 갈등이 없을 리가 없다.
‘칡덩굴과 등나무 덩굴은 서로 얽히는 방향이 달라서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는다고 한다.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Conflict..충돌, 대결)칡 나무와 등나무는 모두 콩과 식물로 꽃 꼬투리나 모양도 비슷하게 생겼다. 단지 등나무는 흐린보라색이고 칡꽃은 진보라 색깔이다. 같은 덩굴 식물 콩과로 사촌간이지만 둘이 하는 짓을보면 서로 종잡을 수 없이 뒤틀어가며 순을 뻗는다. 그렇게 주변 다른 나무등걸에 줄기를 칭칭 휘감고 올라간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고 누르며 비비꼬며 올라가는 모습에서 갈등과 불화를 본다.  

2007년 2월 5일 월요일

봄이 오는 길목에서

오늘이 입춘이라는데 춥다.
입춘을 맞이하였으니 비발디의 사계 中 '봄'을 들어 볼까나?
가게로 향하는 출근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길을 잃어 한참을 뱅뱅 돌다 들어왔다.
올 봄에도 예쁘게 핀 꽃들을 보며 '봄이구나, 예쁘다.'라는 여유가 담긴 한마디를 꼭 하고 싶은데....
봄이오는길목에서 마음만 급하다.

2007년 1월 18일 목요일

괘씸한 미씨족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가렛 미첼 처럼 내 생애 단 한 권의 멋진 글을 남기지는 못할망정 꿈이라도 꾸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아줌마 닷 컴에 한 식구가 되었다. 관심사인 작가 방, 요리, 쇼핑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놀고있는데 바퀴벌레 3 마리가 그려진 창이 툭 튀어나왔다. 뭐 눈에는 뭐 만 보인다더니 나의 눈을 강력하게 끌어들이는 문구다.

"어머나 우리 집에 바퀴벌레가 나타났어. 어떡하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참여하기)를 꾹 누르고 바퀴 약 주세요. 하고 신청했다.
몇 개월 동안 온 신경이 다 집중되어있던 바퀴벌레 소탕작전이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기 전이기에 바퀴벌레 레이드 골드 체험 단에 참가했다.

우리 집은 이사온 다음날 바퀴의 출현 때문에 놀라서 붙이고 뿌리고 연막 피우고 일망타진소탕작전에 들어갔지만 전멸이 힘들었다. 한달 동안 동원한 방법에도 나타나는 바퀴 때문에  노이로제가 생겼고 결국에는 용역 소독까지 하고 3개월이 지나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끔 한 마리씩 이웃에서 원정 오는 바퀴는 속수무책이다. 온 집안 구석마다 붙이고 뿌리는 경험이 있기에 이벤트가 반가웠다. 드디어 체험 단에서 연락이 오고 약이 도착했다. 바퀴 원정을 방지하려고 찾아간 2층3층에 네 가구 중에는 내 잔소리하는 것이 듣기 싫어서 약을 사다 붙인 집도 두 집 있었지만 심각성은 면치 못하고 있었다. 다섯 집을 나누어주려고 모이라고 했는데 증정용으로는 부족하다. 할인 매장에 가서 2통 더 구입해서 집집마다 붙여주고 왔다. 그리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편지를 체험 단에 보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오지랍 넓은 짓 하느라 사교 비 좀 들었지만 더불어 이사온 지 몇 개월이 되어도 냉랭하던 이웃과 친해 질 수 있는 계기도 되어서 기쁩니다. 3개월에 한번씩 바퀴 약 교환하는 날 까지 정하고 왔으니 다시 우리 집으로 놀러오는 바퀴 놈들은 없기를 바래 봅니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좀 쉬려고 하는데 옆집 새댁이 밤 9시도 넘어서 내게 찾아와 빨리 자기 집에 와 보라고 한다. 바퀴가 나타났는데 발라당 뒤집어져서 버둥버둥 거리고 있는데 크기는 또 얼마나 크던지 벌 인줄 알았단다. 부랴부랴 가보니 그 놈 배때기에 제놈 반보다도 넘는 네모 상자를 전대 차듯이 달고는 정말 그러고 있다. 얼마나 잘 먹여 놨으면 살이 오동통하게 쪄 가지고 새끼 주머니도 빵빵한 것이 만삭인 것 같다. 새댁 하는 말이 가관이다. "살찐 것 좀 봐라!"하면서 내가 약을 붙여놔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벌레를 잡아 죽여가며 살아야지 돈 조금 들여 소독하면 이렇게 금방 죽는데 그간 병균들하고 동거했느냐고 이건 증정용으로 받은 것이지만 이젠 잊지 말고 3개월에 한번씩 레이드 붙이라고 했더니 살아있는 놈들은 괜찮은데 뒤집어져서 버둥거리는 것은 못 보겠다고 나에게 벌레 집어서 버려주고 가란다. 집어서 변기 통에 넣고 물 내리고 왔다. 그런데 또 오늘 아침 개동 시부터 전화가 왔다. 천장에서 떨어진 바퀴 놈이 벌러덩 뒤집어져서 달달 떨고 있다고 하면서 자기네 집 벌레는 모두 뒤집어져서 죽는다고 레이드라는 약을 먹으면 바퀴가 뒤집어져서 죽는 약이냐는 질문이다.

 "아줌마네 대형 청소기 있던데 우리 집 대청소한번 해주세요." 

 귀엽다 하면 손자가 할아버지 수염을 잡아 당긴다는 옛말이 있듯이 약 붙여주고 커피와 빵까지 먹여주고 사진까지 찍어주니까 이젠 대청소까지 해달란다.
나 원 참!
괘씸한 미시족, 그냥 바퀴와 동거하게 내버려 둘 것을 아침부터 뱉어 내는 말마다 밉상이다.
내가 이런 글쓰는 줄도 모르고 날도 궂은데 빨강 립스틱 짖게 바르고 등이 다 드러난 훌떡 파진 옷차림을 하시고 어딜 가시나?
바퀴 약 회사사람들이 출근도 안 했을 시간에 아침 식사준비를 하다말고 나는 다시 문자 편지를 써서 보냈다. 

[레이드를 먹으면 바퀴가 뒤집어져서 죽는 거 맞습니까?]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침 일찍 무슨 엉뚱?  레이드? 불법으로 만들어서 파는 휘발유 말하는 거니? 자동차 엔진에는 안 좋다지만 먹으면 바퀴가 뒤집혀? 바퀴하고 무슨 상관인감...!?"
나는 엉뚱한 곳으로 편지를 띄우고 엉뚱한 편지를 받은 친구는 엉뚱한 대답만 한다.

ㅋㅋㅋ` 바빠서 이만...

 

2006년 8월 5일 토요일

인품도 명품이 되었으면

하얀 진이 묻어나는 상추 잎을 따고 마늘종을 뽑아 뚝뚝 자르고 찰 보리밥에 삼겹살을 노릇하게 구워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주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를 만나고 오는 날은 신랑이 외박을 한다해도 용서가 되었을 정도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넉넉한 친구였다. 배불리 먹고 더운 날씨에 뜨거운 숭늉까지 마시며, "돼지 똥 냄새 참 고약하다."고 말  하면 "너 돼지 고기 먹었어! 상추에도 마늘종에도 돼지 똥거름 준 거 너 모르고 먹었니?" 하며 친구들에게 늘 웃음도 주고 고기도 맘껏 먹여주던 풍요로운 친구였다. 몇 해 전부터 친구가 살던 곳이 신도시 개발로 승격되었고 어느 날부터인가 신분도 상승되고 졸부가 되었다. 똥 돼지우리는 버섯 모양을 뒤집어쓴 멋진 별장으로 탈바꿈되어졌고 말로만 듣던 서울에 주상복합 대형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우리 집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친구의 집은 우리 집의 3배보다도 넓다. 집 구경하는 동안 무슨 미로 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 

"어유! 정말 넓다. 너 집에서 신랑 부르려면 방송 해야하겠다."

"깔깔깔!!"

친구는 즐겁게 웃는다.
나는 부러움을 말하고 친구는 자랑만 하고 조상 님이 물려준 몇 만평의 땅, 버섯지붕 말고 강원도에 또 다른 별장과 농장, 제주도에 감귤농장 강남 빌딩에는 은행이 들어 왔다는 둥 자랑에 맞혀 대답하는데도 목이 아프다. 오늘은 친척 가족들이 집들이 겸 저녁을 먹는 날 이라서 옷에 신경을 좀 썼다며 어깨 위에는 붉은 장미도 한 송이 달려있는 잘잘 끌리는 드레스로 갈아입는다. 멋스럽다. 주책없이 그 분위기를 파악 못하고 일년에 두 번 봄가을로 복지관에 조금 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기금 마련을 위해 미숫가루와 여러 가지 현지 직송 농산물 주문을 받고 있다며 품목이 적힌 메모 지를 건네주며 권유했다. 촌스럽게 요즘 누가 미숫가루를 먹느냐고 말머리를 잘라버린다. "그래 난 촌스럽다. 너는 더 촌스럽던 돼지 똥이...?"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이제는 예전처럼 살지 않을 거라는 친구의 도도한 음성이 내 머리를 땅~하고 때리는 기분이다. 고생하지 말라며 남편이 불렀다는 출장 요리가 도착하고 뷔페 식단이 차려지고 왔다갔다 지시하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내 모습은 꿔다놓은 보리자루 같다. 저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별안간 돈이 많아지더니 세상이 콩알만해 보이는지 내 말은 안중에 없는 듯 건성으로 듣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섭섭했다.

"그만 일어나야 할 것 같다. 너 똥(돈)통에서 너무 허구적대는 거 아냐?"

농담처럼 말하는 나에게 복지관 기금 참여는 다음에 생각해 보자고 한다.
"그래라, 내가 내년에도 이 짓하고 있으면 그때 보자."

예전 같았으면 억지라도 떠 맡겼을 텐데 말을 덮었다. 돈 많은 친구 앞에서 심사는 뒤틀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장만 점점 꽈배기처럼 꼬불꼬불 꼬인다. 오늘 아침까지도 부자된 친구가 자랑스러웠다. 몸은 비록 피곤하고 일에 파묻혀 살아도 늘 웃음 잃지 않고 넉넉하고 소박한 친구라고 많은 지인 들에게 칭찬하며 앞으로 좋은 일에 힘쓸 재목이라고 여기저기 여러 사람들에게 오지랍 펼쳐 잔뜩 기대하게 말을 해놓고 찾아간 친구는 예전 넉넉한 마음을 간직 하고있는 친구가 아니었다. 나는 여러모로 본의 아니게 뻥쟁이가 된 것이다. 안 그런 것처럼 내숭을 떨려고 해도 친구 앞에서 표정 관리가 안 된다. 풍요에 넘치는 다른 세상을 사는 모습이 나를 주눅들게 했다. 의복도 가구도 고급, 고급, 고년의 성품도 고급으로 변한 듯 나보다 한술 더 뜨는 고상을 떨어 대니 돈이 좋긴 좋구나 인정을 하면서도 내 맘이 편치 않고 자꾸만 까칠해진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도대체 뭐야! 나는 왜 물질복도 지지리도 없는 거야! 우리 신랑은 왜 땅도 없어! 울고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부럽고 질투 났다.
대문 앞 넓은 입구 대리석에 내가 사 들고 간 빨래세제 선물 상자가 너무 작고 초라하게 덩그러니 놓여있다. 다시 들고 나오고 싶은 심정을 뒤로하고 뭐가 좋다고 방긋 웃으며 새집에서 행복 하라고, 가까이 살게 되었으니 자주 만나자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돌아섰다. 마음이 똥 돼지가 되어버린 친구에게 다른 어떤 것 하나도 부러워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은 하지만 정말 부럽다.

"오늘 아무래도 잔주름 몇 가닥과 검버섯도 추가로 생겼을 거야! 내일은 로또 복권이라도 한 장 사야지 이대로는 못 견디겠어!"

중얼중얼, 횡설수설, 터덜터덜 집으로 오는 길, 오늘따라 차도 많고 시끄럽고 큰길 하나 건너면 올 수 있는 길이 왜 이다지도 멀게만 느껴질까. 친구와 나를 저울질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도 마음도 무겁고 힘겹다.  빠른 걸음으로 만 보를 걷고 들어온 날도 내 튼튼한 대포 굴뚝 다리는 이렇게 아프지 않았다. 다리를 주무르며 다시 나를 가다듬는다. 이 모습 이대로의 행복을 감사하며 나누는 삶을 살자.
소크라테스의 말을 다시 생각해본다.

"재산이 많은 사람이 그 재산을 자랑하고 있더라도,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을 때까지는 그를 칭찬하지 말라." 

하루종일 샘나고 부러웠던 친구의 부를 마음 속에서 비우며 지금껏 살아왔던 나의 위치로 돌아간다. 바라건데 돈많은 친구의 인품도 명품 인품이라고 칭찬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2006년 7월 10일 월요일

층간소음

얼마 전 입주한 이웃 여인의 높은 목소리에 잠을 설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무엇을 하기에 문 여닫는 소리는 셀 수 없이 쿵쾅거리고 나의 인내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 며칠 들 이로 새벽 서너 시만 되면 떠드는 소리에 너무 화가 난다.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밤낮이 바뀌어서 지금이 활동하는 시간이라고 하기에 어쩌다 한 두 번이겠지 하며 참고 조용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웃은 모두 곤히 잠들어있는 이른 새벽에 아무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술 취해서 커진 목소리는 그렇다 치고 고요한 한밤중에 남녀가 고래고래 웃고 떠들면 밤에 잠을 자야 하는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밤은 잠을 자라고 어두운 것인데 세상이 좋아 전깃불이 불야성을 이루고 대낮처럼 밝다 하여 낯으로 착각하면 좀 곤란한 것 아닐까? 이제는 이곳에서 살아야 할 날들이 염려에 앞서 두렵기까지 하다. 몇몇 사람들의 이기적인 무질서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 솔직하게 여자가 야심한 밤에 술 취한 모습이 자랑거리는 아니라고 본다. 조용히 들어와 이웃을 생각하는 예쁜 마음도 가져 보면 좋을 것을 조절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요즈음 세상은 남의 눈치 안보고 나 하고싶은 대로하고 사는 것이 개성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가고 있다지만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사회는 기본적인 상식이나 양심까지 무너져 제멋대로 사는 무질서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아니, 그런 모습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자신을 통제하지 않고 자기주장대로 산다면 서로 신경이 곤두서서 짜증스럽고 피곤한 일이 아닌가.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윗집 여인은 지금도 쿵쾅거리며 밤의 고요를 깨뜨리고 있다. 험한 세상을 향해 대항하며 반항하는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보는 듯하다.
혹시 나는 이웃에게 이런 혼란스러움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남의 눈의 티만 보고 내 눈에 들보는 못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는 밤이었다. 

어느덧 아침이다.
윗집 여인덕분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 여인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