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희망의 나라로

공사장 대형 트럭이 지하로 입구에 무리하게 진입하다가 꽉 끼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한다. 차는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지 못했다. 경찰이 출동하고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그때 한 소년이 트럭 운전기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아저씨 예전에 우리 아빠도 그런 적 있었는데요, 타이어에서 공기만 조금 빼면 빠져 나올 수 있어요.”

그 아이의 말을 듣고 트럭기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타이어의 공기를 조금 뺐더니 트럭은 쉽게 빠져 나왔다. 그 소년의 말을 듣고 그대로 한 기사도 그 현장을 본 사람들도 한가지씩 배우고 돌아갔을 것이다.

"말만 잘하면 공짜!"

누런 상자를 뜯어 굵은 매직으로 큼지막하게 써놓은 글씨를 보며 그곳을 기웃거렸다. 길거리에서 장갑, 목도리를 팔고있는 남자의 눈빛은 광기가 느껴졌다. 세상이 험하고 무서운 사건사고가 많다보니 눈빛만 강렬해도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 되어버린다.
술기운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 것인지 눈도 빨갛고 귀도 빨갛고 목덜미도 몹시 빨갛다. 입술은 허옇게 각질이 일어나 있고 어깨를 움 추리고 서성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나라가 이 모양, 정치가 이따위, 뭐 하는 놈들 잘못으로 나라가 이 꼴이야!  새끼들...탓이야!"

남을 향한 원망과 한탄을 섞어가며 내게 말했다.

"안 그렇소.......?"

대답 없는 내 모습에 머쓱해진 듯 코밑을 언 손으로 연신 문지르며 느닷없이 내뱉는 한마디,

" 전쟁이나 확 터져 버려라...!"

무슨 전쟁이 터지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삶 자체가 전쟁인 것을…. 그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했다.
허름한 잠바차림에 목도리도 하지 않은 불그레한 목선도 그렇고 실장갑이라도 끼고 있으면 좋으련만 시린 듯한 맨손은 손톱부위에 거스러미를 잘못 떼어냈는지 피자국도 보인다. 가끔 손을 비벼대기도 하고 거스러미를 떼어내기도 하면서 독백처럼 원망은 계속되었다. 분노에 찬 남자 분위기에 무관심 한듯 하면서 그중 제일 저렴한 털장갑 한 켤레를 집어들었다. 사실은 그 남자 손에 끼워 주고싶었다.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노파심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냥 들고 왔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이런 내 모양새가 약간 빈 듯한 느낌도 들고….
조금 걸어 올라가니 머리띠 두르고 노래박자 맞춰가며 두 팔 흔들어 시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쌀쌀한 날씨에 꼭 이렇게 해야 만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세상사가 답답했다.

서로가 양보와 타협 없이 부딪히고 끼이고 갈등을 유발하고 대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서로 조금만 바람을 빼고 낮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을 귀한 생명과 많은 것을 잃고서도 조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년의 아빠가 경험한일을 트럭 기사에게 알려주어 쉽게 해결되었듯이 오늘의 시위도 예전에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피해와 희생 없는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세상에 제일 똑똑한 것도 사람이지만 가장 미련한 것도 곰이 아니고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곰퉁이의 머리로는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헷갈림뿐이다.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곳 희망의 나라로…, 왜 이 노래가 생각날까...!?
전해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내 곁을 스쳐간 사람들에게 이 노래가사를 텔레파시로 보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한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08년이여 안녕!!

2008년 12월 27일 토요일

치커리꽃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치커리의 한 종류다.
로사(rossa)는 이탈리아어로 장미처럼 붉다는 뜻으로 적잎치커리 또는 적치커리 또는 적치라고도 부른다. 또한 잎의 생김새가 민들레 잎과 비슷하여 민들레 치커리 라고 부르기도 한다.
맛은 고소한데 저장 다당류인 이눌린과 쓴맛을 내는 고미질, 타닌, 과당, 페쿠틴, 알칼로이드 성분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쓴맛이 난다.
원래는 포기수확을 하는 채소이지만 우리 나라 농가에서는 잎을 하나씩 떼어내서 출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쌈용 채소로 먹고 적색과 녹색이 잘 어우러져 샐러드 채소로 많이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담즙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다 하여 담석증의 특효약으로 쓰이며, 간장 질환, 이뇨와 해열 등에 쓰인다.
유럽 원산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며 일반적인 재배방법은 상추재배와 같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것이 적색발현이 좋고 잘 자란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로사이탈리아나 꽃을 보니 참 예쁘다.

이 사진을 찍던 여름날이 생각난다.
그곳은 어느 주택 옆으로  200평정도의 넓은 주택지다.
그 땅에는 고급 앵글로 기둥을 세우고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쳐놓고 집처럼 대문에는 대형 자물통이 달려있다. 그곳에는 농작물을 화초처럼 가득 심어 가꾸어 놓았다. 화훼 농장보다도 정리, 정돈이 잘되어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해바라기, 앵두나무, 고구마, 고추, 가지, 토마토, 쌈 밥집에서나 볼 수 있는 있는 각종 야채들...
울타리 밖으로는 돌나물, 민들레가 화초보다 더 예쁘다.
그 옆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감탄한다. 프로라고...
내 생각에도 그분은 농작에 프로다.
또 다른 각도로 보면 인색한? 프로이기도 하다.
2년전 처음 이사를 왔을 때 길을 익히려고 동네 한바퀴를 돌고 들어와서 한참동안 우울했다.
빈 상자나 재활용을 수거하는 노인들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보면서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동네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동네인 반면에 땅이 많아 새로 건물을 건축하여 세를 받아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빈부의 차이를 따지기 전에 노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
유모차를 개조한 끌개에 박스를 주워담아 묶은 할머니 한 분이 지나다가 침을 삼키시며 하시는 말씀,

"저렇게 잘익은 토마토를 저렇게 버리면 어떻게 해...울타리 밖에다 버리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고맙게 먹지....아까워서..."

며칠 후 이른 아침 그 밭에 주인이 꽃이 만발한 치커리를 정리하고 있기에 울타리 가까이 가서 말을 건넸다.

"꽃이 너무 예뻐요. 치커리 꽃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어요."

'이거 귀한 거요. 불로초라고...'

"불로초는 아니고요 치커리..."
'그게 그거라니까.'

"아~~네네!! 사장님 그런데 토마토가 한참 많이 익었는데 왜 안 따세요? 땅에 많이 떨어졌든 데요."

"하하하~`안 딴것이 아니라 녹익은것은 따서 버린 거지, 일부러...'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딸이 미술대학을 다니는데 가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 밭은 딸을 위한 밭이라고...
농사지은 것은 많아서 모두 먹을 수 없어서 버린다고...
그럼 팔기라도 하면 되지않느냐고 했더니 몇푼된다고 파느냐는 대답이다.
그럼 이웃이나 원하는 분들에게 나누어주지 않겠느냐고 하니 입을 닫아버렸다.
토마토를 먹고싶어하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토마토나 쌈 종류 야채는 그냥 버리지 말고 밖으로 내 놓아 필요한 분들이 가지고 갈 수 있게 하시면 좋겠다고 했더니 대답이 참 냉정했다.
[버릇되면 안 돼요.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옛말이 있어. 없는 사람들은 한번 주기 시작하면 또 줄 때를 바라지. 그래서 나는 아예 시작을 안 해.... 지나다니면서 좀 달라고 하는 사람도 몇 번 있었지만 딱 짤라 거절했더니 다시는 달라는 말못하지. 왜냐하면 나한테 욕하고 갔거든. 들리지는 않아도 나는 다 알지. 얼굴 표정이 욕하고 있다는 걸, 그렇지만 욕하는 사람이 더 나빠. 내가 공들여 가꾼것을 눈 호강 했으면 그만이지 왜 달라고 하느냐 이말이지. 내 것 내가 버리겠다는 데 왜 즈덜이 욕을 하는지 모르겠어... 누가 없으래? 없이 살수록 자존심은 있어야지 남에게 왜 달라는 거야? 거지처럼 맨 폐지 줍는 인간들 뿐이야 이 동네는....]
뉴스를 보니 해마다 이름도 모습도 보이지 않는 기부천사들의 소식이다. 사랑의 독지가가 또 많은 돈을 주차장에 놓고 갔다는...
가슴이 뭉쿨하다.
주는 기쁨은 얼마나클까.
구세군 자선냄비에 천원짜리 지폐한장 넣는 내 모양새를 나를 아는 누군가보고 째째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던 부끄러운 마음뒤로 그냥 발걸음 돌리지않은 기쁨이 있었는데...
나눔을 실천하는 천군, 천사들은 알고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서부터 감사의 축복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여름날 추웠던 기억도  이 겨울 따뜻한 뉴스거리도 내 마음 한켠에 담아둔 채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간다.
아쉬움이 많아도 어찌하겠는가!
가는세월 보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