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8일 토요일

남편의 핍박




운동을 해야겠다.
아프지 말자는 뜻이다.
며칠 전 운동한답시고 좀 무리해서 걸었더니 몸살이 났다.
남편이 하는 말,

"어째 방아깨비 뛰듯 하더라."

졸지에 난 방아깨비가 되었다.

"그냥 평소대로 해라. 여러모로 관찰해본 결과로 당신은 매미처럼 사는 것이 주변사람 도와주는 기라."

평소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고 조용하라고 하더니 매미라고 한다.
주사를 잘못 맞았는가 보다.
궁둥이가 딱딱하게 뭉친 건지 부운 건지 너무 아파 뒤척이는 사람에게 이번에는,

"엄살 좀 그만 하고 퍼뜩 일나라. 굼벵이처럼 뭉그적거리기는...."

이번에는 굼벵이다.
굼벵이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려고 벌떡 일어나서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었다.

"어데 가는데... 늬 갈곳이나 있나?"

대답도 않고 보란 듯이 집을 나섰지만 그이 말대로 딱히 갈곳이 없다.
홈플러스에 가서 검정 쌀 1봉지와 두부 두 모 사들고 걸어오다 계단 위에서 넘어졌다.
두부 깨질까봐 버둥대다가 굴러 떨어져 팔이 부러졌다.

"두부를 뭉그러뜨리지 팔을 부러뜨리는 곰탱이가 어디 있나?"

나 원 참! 이번에는 곰탱이다.
나의 인내심을 실험하려는지 계속해서 핍박이다.


"사람이 걸을 때 궁둥이를 살살 흔들면서 리듬을 타야지 목도개비처럼 뻣뻣하게 걸으니 허구 한날 넘어지지, 태생이 도도해 가지고는...쯧쯧"

이번에는 생명도 없는 나무 도개비로 변신했다.
보란 듯이 다시 매미로 변신하련다.
깁스한 팔 때문에 에어로빅은 못 따라하겠지만 맨손체조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으 싸~~ 우~쌰! "

mbc 짧은글 긴 웃음)
2007년4월27일 강석우, 양희은의 여성시대3부 시그널 맨트 방송.
 

2007년 3월 24일 토요일

취미와 특기

어린이 동아일보 주최 글짓기에서 초등학교5학년 때 금상을 받았을 때다. 
신문에 실린 내 글 아래에 윤 석중 선생님의 심사평 중에"하고싶은 말을 꾸미지 않고 아름답고 솔직하게 표현한 글이다."라고 칭찬하셨다.
상을 받고 온 토요일이 지나고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월요조회를 할 때 교장선생님의 칭찬은 나를 학교의 스타로 만들었다. 교실에 들어가니 또 담임 선생님의 칭찬으로 이어졌고 어린 이때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춘다는 말처럼 그야말로 춤추듯 신나는 유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솔직히 란 것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통하지를 않았다.

내게 은 귀 게가 생긴 후부터 우리 가족의 귀는 내가 접수했다. 특히 막내 오빠는 하루에 한번은 무조건 내 무릎을 끌어다 베고 눕는다. 귀지가 없으면 그냥 간질여 라도 주어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미국에 다녀온 오빠에게 미제 손톱 미용 세트를 선물 받고 난 후에는 취미는 한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옛날에는 손톱깎이가 없어서 가위나 칼로 손톱발톱을 깎았었지만 미제 손톱깎이 덕분에 그렇게 나의 취미는 두 가지로 고정되었다. 귀 파주고 용돈 받고 손톱 깎아 주고 용돈을 받았다. 안주고 넘어가면 치부책에 외상이라고 적어 놓는다. 약속을 안 지키면 울고 땡 깡을 핀다. 큰오빠와 20년 18년 15년 12년 막내 오빠와는 10년 터울이다 보니 자식 같은 동생에게 안 주고는 못 견디었다.
이렇게 자라서 중학생이 되었다. 학년초에 환경 조사 서를 써야했다. 취미 특기 쓰는 곳에 취미 귀 파주기, 손톱 깎아주기 특기는 울고 보채기라고 썼다가 선생님께 장난 쳤다고 야단을 맞았던 것이다. 손바닥 세대 맞고 억울해서 책가방도 그대로 두고 울면서 집에 갔다. 한쪽 눈에 망막이 늘어나 수술을 할 지경까지 울었었다. 엄마 말씀하시길 귀엽게도 안 키웠는데 어리광을 핀다는 말 한 마디 했다가 아버지에게 쫓겨 날 뻔 하셨다고 한다. 그러니 학교는 물론 발칵 했다. 눈이 찢어지도록 우는 아이가 취미가 뭐고 특기가 뭔지 장난으로 꾸며댈 수 있는 머리가 아니라는 지론을 피셨다. 좋게 말하면 순진한 것이고 심하게 말하면 딸이 좀 부족하다는 뜻이었을까? 선생님은 나의 눈 높이를 맞춰주지 못했던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하셨고 내가 3학년 올라가는 해에 전근을 가셨다. 그리고 우리 큰아이가 중학교 입학했을 때 딸아이 학교에서 목사님이 되신 선생님을 30년만에 다시 만났다.

딸아이에게 선생님께서 취미를 물어보니 햄 통신이라고 말했고 특기는 첼로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하였다. 옛날에 비하면 대학생 수준의 대답이라고 말씀하시던 선생님, 지금은 하나님 나라에서 평안하시리라 믿으며 제 작년 작고하신 선생님을 잊고 살다가 오늘에서야 잠시 추억해 보았다.
 지금은 오빠가 아닌 남편에게 내세우는 귀 청소 손톱발톱 정리를 하다보니 취미이자 특기 거기에 또 한가지 사랑 받는 비결로 써먹고 있다.
남편 하는 말

"당신은 귀 간 지르는 것 말고 잘하는 거 아무 것도 없다. 그 기술 길이길이 보존해라."

 


2007년 3월 21일 수요일

갈등


 

나는 덩굴성 식물을 좋아한다.인내심도 강하고 끈기도 있어보이고 꽃 향기도 좋고....등등..찍어놓은 사진을 찾다보니 새콩, 하박쪼가리, 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인동초도 있다. 작년에 찍은 등나무 꽃과 칡꽃을 찾아놓고 보다가 칡과 등나무를 골랐다.둘다 올리기로 했다.
나의 느낌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요즘 우리나라 정치계..... 모양새?를 보는것 같은느낌이다.   

갈등葛藤,
갈(葛)은 칡이고 등(藤))은 등나무를 일컫는다. 
사전에는 견해· 주장· 이해관계 따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라고 써있다. 
우리는 많은 갈등 속에서 세상을 산다. 자신이 아주 잘났다고 하는 사람도, 그렇지 못하다고 겸손한 사람도 갈등이 없을 리가 없다.
‘칡덩굴과 등나무 덩굴은 서로 얽히는 방향이 달라서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는다고 한다.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Conflict..충돌, 대결)칡 나무와 등나무는 모두 콩과 식물로 꽃 꼬투리나 모양도 비슷하게 생겼다. 단지 등나무는 흐린보라색이고 칡꽃은 진보라 색깔이다. 같은 덩굴 식물 콩과로 사촌간이지만 둘이 하는 짓을보면 서로 종잡을 수 없이 뒤틀어가며 순을 뻗는다. 그렇게 주변 다른 나무등걸에 줄기를 칭칭 휘감고 올라간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고 누르며 비비꼬며 올라가는 모습에서 갈등과 불화를 본다.  

2007년 2월 5일 월요일

봄이 오는 길목에서

오늘이 입춘이라는데 춥다.
입춘을 맞이하였으니 비발디의 사계 中 '봄'을 들어 볼까나?
가게로 향하는 출근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길을 잃어 한참을 뱅뱅 돌다 들어왔다.
올 봄에도 예쁘게 핀 꽃들을 보며 '봄이구나, 예쁘다.'라는 여유가 담긴 한마디를 꼭 하고 싶은데....
봄이오는길목에서 마음만 급하다.

2007년 1월 18일 목요일

괘씸한 미씨족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가렛 미첼 처럼 내 생애 단 한 권의 멋진 글을 남기지는 못할망정 꿈이라도 꾸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아줌마 닷 컴에 한 식구가 되었다. 관심사인 작가 방, 요리, 쇼핑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놀고있는데 바퀴벌레 3 마리가 그려진 창이 툭 튀어나왔다. 뭐 눈에는 뭐 만 보인다더니 나의 눈을 강력하게 끌어들이는 문구다.

"어머나 우리 집에 바퀴벌레가 나타났어. 어떡하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참여하기)를 꾹 누르고 바퀴 약 주세요. 하고 신청했다.
몇 개월 동안 온 신경이 다 집중되어있던 바퀴벌레 소탕작전이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기 전이기에 바퀴벌레 레이드 골드 체험 단에 참가했다.

우리 집은 이사온 다음날 바퀴의 출현 때문에 놀라서 붙이고 뿌리고 연막 피우고 일망타진소탕작전에 들어갔지만 전멸이 힘들었다. 한달 동안 동원한 방법에도 나타나는 바퀴 때문에  노이로제가 생겼고 결국에는 용역 소독까지 하고 3개월이 지나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끔 한 마리씩 이웃에서 원정 오는 바퀴는 속수무책이다. 온 집안 구석마다 붙이고 뿌리는 경험이 있기에 이벤트가 반가웠다. 드디어 체험 단에서 연락이 오고 약이 도착했다. 바퀴 원정을 방지하려고 찾아간 2층3층에 네 가구 중에는 내 잔소리하는 것이 듣기 싫어서 약을 사다 붙인 집도 두 집 있었지만 심각성은 면치 못하고 있었다. 다섯 집을 나누어주려고 모이라고 했는데 증정용으로는 부족하다. 할인 매장에 가서 2통 더 구입해서 집집마다 붙여주고 왔다. 그리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편지를 체험 단에 보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오지랍 넓은 짓 하느라 사교 비 좀 들었지만 더불어 이사온 지 몇 개월이 되어도 냉랭하던 이웃과 친해 질 수 있는 계기도 되어서 기쁩니다. 3개월에 한번씩 바퀴 약 교환하는 날 까지 정하고 왔으니 다시 우리 집으로 놀러오는 바퀴 놈들은 없기를 바래 봅니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좀 쉬려고 하는데 옆집 새댁이 밤 9시도 넘어서 내게 찾아와 빨리 자기 집에 와 보라고 한다. 바퀴가 나타났는데 발라당 뒤집어져서 버둥버둥 거리고 있는데 크기는 또 얼마나 크던지 벌 인줄 알았단다. 부랴부랴 가보니 그 놈 배때기에 제놈 반보다도 넘는 네모 상자를 전대 차듯이 달고는 정말 그러고 있다. 얼마나 잘 먹여 놨으면 살이 오동통하게 쪄 가지고 새끼 주머니도 빵빵한 것이 만삭인 것 같다. 새댁 하는 말이 가관이다. "살찐 것 좀 봐라!"하면서 내가 약을 붙여놔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벌레를 잡아 죽여가며 살아야지 돈 조금 들여 소독하면 이렇게 금방 죽는데 그간 병균들하고 동거했느냐고 이건 증정용으로 받은 것이지만 이젠 잊지 말고 3개월에 한번씩 레이드 붙이라고 했더니 살아있는 놈들은 괜찮은데 뒤집어져서 버둥거리는 것은 못 보겠다고 나에게 벌레 집어서 버려주고 가란다. 집어서 변기 통에 넣고 물 내리고 왔다. 그런데 또 오늘 아침 개동 시부터 전화가 왔다. 천장에서 떨어진 바퀴 놈이 벌러덩 뒤집어져서 달달 떨고 있다고 하면서 자기네 집 벌레는 모두 뒤집어져서 죽는다고 레이드라는 약을 먹으면 바퀴가 뒤집어져서 죽는 약이냐는 질문이다.

 "아줌마네 대형 청소기 있던데 우리 집 대청소한번 해주세요." 

 귀엽다 하면 손자가 할아버지 수염을 잡아 당긴다는 옛말이 있듯이 약 붙여주고 커피와 빵까지 먹여주고 사진까지 찍어주니까 이젠 대청소까지 해달란다.
나 원 참!
괘씸한 미시족, 그냥 바퀴와 동거하게 내버려 둘 것을 아침부터 뱉어 내는 말마다 밉상이다.
내가 이런 글쓰는 줄도 모르고 날도 궂은데 빨강 립스틱 짖게 바르고 등이 다 드러난 훌떡 파진 옷차림을 하시고 어딜 가시나?
바퀴 약 회사사람들이 출근도 안 했을 시간에 아침 식사준비를 하다말고 나는 다시 문자 편지를 써서 보냈다. 

[레이드를 먹으면 바퀴가 뒤집어져서 죽는 거 맞습니까?]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침 일찍 무슨 엉뚱?  레이드? 불법으로 만들어서 파는 휘발유 말하는 거니? 자동차 엔진에는 안 좋다지만 먹으면 바퀴가 뒤집혀? 바퀴하고 무슨 상관인감...!?"
나는 엉뚱한 곳으로 편지를 띄우고 엉뚱한 편지를 받은 친구는 엉뚱한 대답만 한다.

ㅋㅋㅋ` 바빠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