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일 수요일

점트리오의 우정


오늘손님 좀 있었어?”

그렇지 뭐아니 그런데 언니 벌써 퇴근 한 거야?”

벌써 라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는 것을 보니 오늘은 장사가 좀 되었나보군... 바빴어?”

하루 종일 사람의 발길이 뜸하던 가게에 퇴근길 몇몇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탁자에 놓인 건강보험 고지서에 적힌 내 이름을 바라보던 언니는 몸을 뒤로 제쳐가며 한참을 웃는다.

너 이름이 이게 뭐냐~하하하이름한번 거시기 하구먼내 이름도 거시기한데...ㅋㅋㅋ~”

그 거시기한 언니 이름은 뭐예요?”

내 이름은 너무나 촌스러워서 아무에게도 안 알려주고 싶어우리 친정어머니는 내가 첫딸인데 이름을 왜 이렇게 성의 없이 지었을까 몰라동생들은 은자돌림인데 나만 그래.”

호호언니 그럼 개명해요.“

얘는 회갑 진갑 다 지나서 무슨 개명을 하니... 이 나이에 개명해서 누구한테 이름 자랑 할일 있니?“

이름 이야기를 하다가 이름 때문에 웃겼던 추억이 있었다며 언니의 이름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막내 동생하고 서류 한 장 떼려고 관공서에 갔는데 주민증을 안 가져갔지 뭐야컴텨 앞에 앉아있던 직원이 그러면 주민번호를 대라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거여그래서 모른다고 했지.”
주민증은 안가지고 오셨고 주민번호도 모르시고 성함은요?”

성함?”

네 이름 요.”

성은 박이요이름은 좀 거시기한데...”

주민번호는 모르시고... 이름은 거시기 하고...”

장난기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하는 남자 직원의 한마디.

혹시 점순 씨는 아니겠지요?”

함께 갔던 동생이 빵 터지며 주저앉으니까 그 직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럼 정말 점순 씨이세요?”

우리나라의 여자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 점순 이라고그래서 그렇게 말해 보았다는 남자 직원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언니 지인들 중에 점순 이라는 이름이 3명이나 있더라는 것이다이렇게 함께 웃고 있는데 나와 친구처럼 지내는 손님이 들어오면서 말한다.

언니도 오셨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나도 같이 웃자~~”

언니의 이름이 거시기에서 점순 으로 밝혀지는 이야기를 했더니 이 친구는 웃다가말고 심각하게 말한다.

언니이름이 어때서... 나는 점순 이라는 이름이 부러워그래서 나는 누가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면 최 점순 이라고 말해나를 아는 사람들은 보험회사 설계사 빼고는 거의 다 내 이름 점순 인줄 알 어우리 장군 아빠도 어떨 때에는 점순 으로 부른다니까?”

나도 그도 친구로 지내자고 한지 7년 정도 지났지만 이친구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우리는 애견이름을 따서 장군엄마로 나는 쭐래 엄마로 부르는 친구사이였다.

자네 이름이 뭔데... 실명이 뭐야?”

나도 점자가 들어간 이름이기는 한데 남자 이름이라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언니가 말한다.

그럼 자네 이름 점식이여?”

~언니 어떻게 알았어?”

점자 들어가는 남자이름이라면 점식이 뿐이 더 있냐?”

웃음소리가 신작로까지 들렸는지 손주 돌보고 퇴근한다는 언니가 들어오면서 같이 웃자고 했다점순이점식이 이름 때문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 언니 말을 자르며 하는 말에 허리를 펼 수 없도록 웃었다.

내 이름은 점돌이여~~”

우리 중늙은이 4사람은 순간 모두 요실금 환자가 되어 있었다.
웃음이 피어났던 그 날 급 결성된 방주인과 점 트리오는 지금도 변함없는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돌아온 벤자민

저는 작은 옷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불경기다보니 가게 임대료도 못 맞추는 요즈음 더하기로 휴가철이기도해서 혼자 커피만 마시다가 퇴근을 하는 날들이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오늘도 추적추적 비 내리는 아침 우비까지 챙겨 입고 자전거를 타고 옷 방에 도착해보니 가게 앞 넓은 사각 행거 안쪽에 10년을 넘게 키워온 인삼 벤자민이 안보였습니다함께 있던 다섯 개의 화분도 옆집화분들도 모두 있는데... 순간 다리가 풀리면서 심장이 쿵~~ 합니다누가 도대체 왜 하필이면 가장 무겁고 큰 화분을 가져갔단 말인가같은 건물에 있는 미용실 문을 열고 "우리 화분을 누가 집어갔어요~~" 하니 여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누가요?" 합니다.
112에 도난 신고를 했습니다.
여경과 남자경찰이 왔습니다상황 설명을 하고 도난신고 작성을 합니다.
햇수로 10년 넘게 키운 인삼 벤자민 이며 화분이 크기도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남자 두 분이 힘겹게 옮길 수 있는 무게라고 상세히 써내려갔습니다신고서 작성을 도와주던 여자 경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절도라고 해야 하느냐고 남자 경찰에게 묻습니다.
"그렇지 절도지.“
경찰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나는 그 칸에 도둑이라고 적고 피의자란에 내 이름을 적고 법대로 처분을 원한다고 적었어요피해자도 피의자도 구분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많이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정정하여 적으면서 혼자 생각합니다화분 한개 잃어버리고 법석을 떤다고 젊은 경찰들이 생각하지는 않으려나이렇게 신고접수는 되었고 주변 cc tv설치 장소도 촬영을 한 후 경찰은 돌아갔지만 하루 종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아 주변을 살피기도하고 혹시 아는 사람일까여러 인물들을 떠올려 보기도하고 며칠 전 너무 잘 키웠다고 탐난다며 누가 안 가져가느냐고 묻던 아저씨 모습을 떠올리려 집중해보기도 했습니다.
집이 좁아서 맑은 공기 마시고 살다가 늦은 가을 집으로 들어가자며 옮겨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드디어 담당 수사관이 정해졌다는 문자를 받고 하루도 빠짐없이 극성스럽게 전화를 해댔습니다전화는 자동 안내문 반복 3회로 매번 끊어지고 12일째 되던 날에야 드디어 통화를 했습니다저는 혼자 떠들었고 수사관은 조용히 저의 말을 들어주면서 피곤한 목소리로 말합니다일단은 너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고 신고 된 사건 순서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합니다사실 제가 형사였어도 이런 대수롭지 않은 절도신고를 하고 범인 잡아달라고 매일 떠들어대면 얼마나 지루하고 한심할까 생각을 하면서도 저는 또 다시 떠들어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범인은 제가 잡을 테니 cc tv 지워지기 전에 확인만 해주세요가뜩이나 사건사고 많은 여름 장마철에 금 은 보화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화분 한개 잃어버렸다고 112에 신고하는 정신500년 나간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그 화분을 꼭 찾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2005년 돌아가신 친정 엄마를 모셨던 공원묘지에서 이장을 했고 그 과정에 복잡함이있는 나는 한줌의 흙을 간직하게 되면서 크고 하얀 화분을 마련하고 사람의 몸처럼 생긴 인삼 벤자민 아래 수목 장을 만들었습니다가세가 기울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수목장 화분을 가게 앞에 옮기게 되었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잘 견뎌주어 지인들은 지나가는 말로 옷가게 하지 말고 화원을 하라고 권유 할 정도로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었습니다화분 속에는 옥함이 들어있고 무척 무거워서 옮기기 힘듭니다화분 중간에 매직으로 ooo옷방 이라고 굵게 써놓았습니다.) 라고 신고서에 적지 않은 이유를 말했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30분 정도 지나서 담당수사관 2분이 방문하였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다음날 옆 상가 cc tv 주인이 화면을 확인하니까 화분을 가져간 사람은 2명이라고 했습니다그 아저씨 얼굴이 나온 모습을 내 휴대폰으로 보내주었고 그 모습을 관찰하면서 나 스스로 수사관이 되었습니다초록색 캡 모자에 주황색 운동화 빨강 줄무늬반팔 셔츠 검은 체크 반바지 흔하지 않은 어른의 패션으로 보아 한번쯤 본 듯했습니다사진을 눈여겨본지 이틀째 비가 오락가락하는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있는데 찻길건너 골목에서 옷 방을 유심히 바라보며 뒷짐을 지고 걸어오는 아저씨 손에 초록색 모자를 손에 들려있고 주황색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옷차림은 달라도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한쪽 팔 중간을 잡은 뒷짐 진 모습이 cc tv 사진과 같습니다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찻길을 건너 쫒아가서 휴대폰으로 뒷모습을 촬영해서 cc tv사진과 비교하며 따라갔습니다스타일이 같습니다불러 세우고 휴대폰속의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아저씨 이 사진 아저씨 맞지요?”
몰라요나 아니요.”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뛰고 나는 따라갑니다담당 형사에게 전화하여 출동 요청을 하고 중계방송 수준으로 간판을 읽으면서 달렸습니다동네 골목이 그렇게 많은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큰 길로 나오고 sk 연구소 입구에서 제복을 입은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차가 오고 있으니 저 사람 좀 붙들어 주세요~~”
왜 그러세요?”
도둑 이예요.”
그 분의 도움으로 잡힌 아저씨는 힘들었는지 길가 화단에 기절한척 하고 드러눕습니다저도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 이후 이렇게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찰이 도착하고 아저씨는 경찰서로 갔지요.
9시 화분 확인하러 가자고 경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우리 옷 방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아파트였습니다경찰서에서 아빠를 모시고 나온 딸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는 아저씨는 다람쥐처럼 나르듯 뛰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곧 쓰러질 것 같습니다딸이 말합니다.
아빠 계단 못 올라가지휠체어 길로 돌아서 올라가자 아빠.”
아니 저럴 수가... 딸이 평상시 내 아빠를 몰라서 저렇게 말할까참 기가 막혔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안에 많은 화분이 있었고 베란다안쪽 10여 그루의 대형화분 사이에 숨겨져 있는 화분을 내가 찾아내어 확인하니 ooo 옷방 이라는 매직글씨를 지우려고 칼로 긁었는지 험하게 긁힌 자국이 있고 그 위에 흰 페인트를 칠해 놓았더군요수사관 두 분이 끙끙대며 끌어내지만 녹녹치 않습니다.
왜 이렇게 무거워요 꿈쩍을 안 하네~~ 유골함이 들어있어서 그런가?”
현관입구로 화분을 옮기고 사진을 찍고 수사관의 설명을 듣습니다.
도난품은 바로 돌려줄 수가 없어서 경찰서에 압류되고 사건이 해결되면 절차에 의해서 돌려준다기에 수사관에게 화분만 깨지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부탁하고 돌아왔습니다다음날 아침 장대비가 내리는데 훼손이 우려되어 미리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가게로 나갔더니 수사관 두 분이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려줍니다이미 벤자민은 물을 주지 않아 연한잎사귀는 말라서 부서지고 가운데 무성한가지는 잘라져 사라졌고 다른 가지는 찢어져 있습니다찢어진 가지를 모아 테이프로 깊스를 해주고 화분을 보며 말했지요.
엄마 미안해요."

아침마당 방송

2017년 8월 1일 화요일

mbc 여성시대 2부 방송 돌아온 인삼벤자민


저는 작은 옷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불경기다보니 가게 임대료도 못 맞추는 요즈음 더하기로 휴가철이기도해서 혼자 커피만 마시다가 퇴근을 하는 날들이 계속 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집을 나섭니다. 그날도 추적추적 비 내리는 아침 우비까지 챙겨 입고 자전거를 타고 옷 방에 도착해보니 가게 앞 넓은 사각 행거 안쪽에 10년을 넘게 키워온 인삼 벤자민이 안보였습니다. 함께 있던 다섯 개의 화분도 옆집화분들도 모두 있는데... 순간 다리가 풀리면서 심장이 쿵~~ 합니다. 누가 도대체 왜 하필이면 가장 무겁고 큰 화분을 가져갔단 말인가! 같은 건물에 있는 미용실 문을 열고 "우리 화분을 누가 집어갔어요~~" 하니 여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누가요?" 합니다.
 
112에 도난 신고를 했습니다.
 
여경과 남자경찰이 왔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고 도난신고 작성을 합니다. 햇수로 10년 넘게 키운 인삼 벤자민 이며 화분이 크기도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남자 두 분이 힘겹게 옮길 수 있는 무게라고 상세히 써내려갔습니다. 신고서 작성을 도와주던 여자 경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절도라고 해야 하느냐고 남자 경찰에게 묻습니다.
 
"그렇지 절도지.“
 
경찰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나는 그 칸에 도둑이라고 적고 피의자란에 내 이름을 적고 법대로 처분을 원한다고 적었어요. 피해자도 피의자도 구분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많이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정정하여 적으면서 혼자 생각합니다. 화분 한개 잃어버리고 법석을 떤다고 젊은 경찰들이 생각하지는 않으려나? 이렇게 신고접수는 되었고 주변 cc tv설치 장소도 사진을 찍고 경찰은 돌아갔지만 하루 종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살피기도하고 혹시 아는 사람일까? 여러 인물들을 떠올려 보기도하고 며칠 전 너무 잘 키웠다며 탐난다고 밖에 놔두면 누가 안 가져가느냐고 꼬치꼬치 물어보던 아저씨 얼굴을 떠올리려 애써보기도 했습니다.
 
집이 좁기도 하고 햇볕도 시원치 않고 여러모로 궁리하던 중 화분에게 맑은 공기 마시고 살다가 늦은 가을 집으로 들어가자며 옮겨온 것을 후회 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드디어 담당 수사관이 정해졌다는 문자를 받고 조급한 마음에 하루도 빠짐없이 극성스럽게 전화를 해댔습니다. 전화는 자동 안내문 반복 3회로 매번 끊어지고 12일째 되던 날에야 드디어 통화를 했습니다. 저는 혼자 떠들었고 수사관은 조용히 저의 말을 들어주면서 피곤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일단은 너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고 신고 된 사건 순서대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계시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사실 제가 형사였어도 이런 대수롭지 않은 화분 절도신고를 하고 범인 잡아달라고 매일 떠들어대면 얼마나 짜증나고 한심할까 생각을 하면서도 저는 또 다시 떠들어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범인은 제가 잡을 테니 cc tv 녹화 지워지기 전에 확인만 해주세요. 가뜩이나 사건사고 많고 장마피해도 심한 여름에 금 은 보화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화분 한개 잃어버렸다고 112에 신고하는 정신500년 나간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그 화분을 꼭 찾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36년 전 돌아가신 친정 엄마를 모셨던 공원묘지 사용기간이 30년이라서 6년 전 이장을 했고 그 과정에 어머니의 몸 한줌의 재를 제가 간직하게 되면서 크고 하얀 화분을 마련하고 사람의 몸처럼 생긴 인삼 벤자민 아래 수목 장을 만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찾아와서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여의치 않은 환경 때문에 수목장 화분을 가게 앞에 옮기게 되었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잘 견뎌주어 지인들은 지나가는 말로 옷가게 하지 말고 화원을 하라고 권유 할 정도로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화분 속에는 옥함이 들어있고 무척 무거워서 옮기기 힘듭니다. 화분 중간에 매직으로 ooo옷방 이라고 굵게 써놓았습니다.) 라고 신고서에 적지 않은 이유를 말했습니다.
 
~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30분 정도 지나서 담당수사관 두 분이 방문하였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옆 상가 cc tv 주인이 화면을 확인하니까 화분을 가져간 사람은 2명이라고 했습니다. 그 아저씨 얼굴이 나온 모습을 내 휴대폰으로 보내주었고 그 모습을 관찰하면서 나 스스로 수사관이 되었습니다. 초록색 캡 모자에 주황색 운동화 빨강 줄무늬반팔 셔츠 검은 체크 반바지 흔하지 않은 어른의 패션으로 보아 한번쯤 본 듯했습니다. 얼마 전 탐난다고 말했던 그 사람이 분명했습니다. 사진을 눈여겨본지 이틀째 비가 오락가락하는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있는데 찻길건너 골목에서 옷 방을 유심히 바라보며 뒷짐을 지고 걸어오는 아저씨 손에 초록색 모자가 들려있습니다. 주황색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옷차림은 달라도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한쪽 팔 중간을 잡은 뒷짐 진 모습이 cc tv 사진과 같습니다.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찻길을 건너 쫒아가서 휴대폰으로 뒷모습을 촬영해서 cc tv사진과 비교하며 따라갔습니다. 스타일이 같습니다. 불러 세우고 휴대폰속의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아저씨 이 사진 아저씨 맞지요?”
 
몰라요. 나 아니요.”
 
당황스러운지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뛰고 나는 따라갑니다. 담당 형사에게 전화하여 출동 요청을 하고 위치를 묻는 형사에게 중계방송 수준으로 간판을 읽어주면서 달렸습니다. 동네 골목이 그렇게 많은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큰 길로 나오고 sk 연구소 입구에서 제복을 입은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차가 오고 있으니 저 사람 좀 붙들어 주세요~~”
 
왜 그러세요?”
 
도둑 이예요.”
 
그 분의 도움으로 잡힌 아저씨는 힘들었는지 길가 화단에 기절한척 하고 드러눕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 이후 이렇게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찰이 도착하고 아저씨는 경찰서로 갔지요. 9시 화분 확인하러 가자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옷 방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아파트였습니다. 딸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는 아저씨는 다람쥐처럼 나르듯 뛰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곧 쓰러질 것 같습니다. 딸이 말합니다.
 
아빠 계단 못 올라가지? 휠체어 길로 돌아서 올라가자 아빠.”
 
아니 저럴 수가... 딸이 평상시 내 아빠를 몰라서 저렇게 말할까? 참 기가 막혔습니다. 집안에 들어가보니 사진속에 희미하게 보이던 또 한사람이 그곳에 있더군요. 아들이라네요. 세상이 험하다보니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깨끗하게 정리된 집안에 많은 화분이 있었고 베란다안쪽 10여 그루의 대형화분 사이에 숨겨져 있는 화분을 내가 찾아내어 확인하니 ooo 옷방 이라는 매직글씨를 지우려고 칼로 긁었는지 험하게 긁힌 자국이 있고 그 위에 흰 페인트를 칠해 놓았더군요. 수사관 두 분이 끙끙대며 끌어내지만 녹녹치 않습니다.
 
왜 이렇게 무거워요 꿈쩍을 안 하네~~ 유골함이 들어있어서 그런가?”
 
그 와중에 빨래줄로 목을 감으며 죽겠다고 엄포를 놓는 아저씨와 주방의 식도와 가위를 집어든 아들, 그 광경을 함께 보면서도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차분한 음성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딸은 대체 뭐랍니까? 무슨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듯한 느낌이였습니다. 용기를 내어 한마디 했습니다.
 
"아저씨 화분 무사히 찾았으니 고소는 취하 할께요. 그대신에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세상 살아가는 동안 정해진 기본 공중 도덕만 지키고 산다면 세상이 저 화분보다 훨씬 아름다워 질 거예요."
 
현관입구로 화분을 옮기고 사진을 찍고 수사관의 설명을 듣습니다. 도난품은 바로 돌려줄 수가 없고 경찰서에 압류되었다가 사건이 해결되면 절차에 의해서 돌려준다합니다. 수사관에게 화분만 깨지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부탁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장대비가 내리는데 훼손이 우려되기도 하고 유골을 맡아 가지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웠나 봅니다. 미리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가게로 나갔더니 수사관 두 분이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려줍니다. 이미 벤자민은 이 장마철에 물을 먹지 못해 연한잎사귀는 말라서 부서지고 가운데 무성한가지는 잘라져서 사라졌고 다른 가지는 찢어져 있습니다. 찢어진 가지를 모아 테이프로 깊스를 해주고 화분을 보며 말했지요.
 
미안하다 벤자민~~!
 
엄마 내 곁으로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세상 바르게 살다가 엄마 곁으로 갈게요. 
엄마 사랑해요.”
 
이렇게 수목장 벤자민은 돌아왔습니다.

아저씨는 수사관에게 몇번씩 되뇌이며 말합니다. 
자식 소용 없다고. 외로워서 그랬다고.
어르신이 어른인 아들을 앞세워 벤자민을 끌고가면서 뭐라고 말 했을까요? 
외로우니 함께 끌고 가자고 했을까요?
그것이 궁금 할 뿐입니다.


2016년 11월 1일 화요일

재미있는 우리 말

사전을 찾아보다가 매화(梅花)의 명사를 훑어본다.


1.매실나무. 
2.매실나무의 꽃. 
3.화투짝의 한 가지. 매화를 그려 넣은, 2월을 상징하는 딱지라고 적혀있다.


화투에 대해 잘 모르지만 화투놀이를 할 때 2번째 그림이 매화그림이다.
화투놀이나 점괘를 해보면서 "님이로구나. 아니면 오늘 님이 오시려나?"하는 말들을 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화투짝을 보면서 매화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이 매 조' 라고 한다. 화투장을 보면 꽃이 활짝 피어있는 매화나무 가지에 휘파람새가 앉아있다. 꽃과 새 그림 때문일까? 메조라고도 말을 한다. 향기가 진동하는 활짝 핀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휘파람새는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을 표현한 것 같다.

"매화 넷 등걸에 춘절(春節)이 도라 오니/녜 픠던 가지에 픠엄즉 다마/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니 필 말 여라"

널리 알려진 이 시조의 지은이가 바로 조선시대의 평양기생이자 여류 시조시인 매화이다. 기생 매화는 한때 곱고 매력이 넘쳐 남자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로 여성 이름 중 에서도 기녀들이 매화라는 이름을 많이 쓰는것 같다.
위 시조의 유래는 유 춘색 이라는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는 춘 설이라는 기생을 가까이 하자 매화가 원망하며 지었다는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 사람의 이름을 넣어 지었으나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시조로, 문인화의 필치가 느껴지는 작품으로 평가한다.
또 다른 매화(梅花)명사에 이렇게 쓰여있다.
매화[명사] ‘똥’의 궁중말.
똥을 누다./매화(를) 보다.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화장실에서 뭐하시는데 빨리 안나오셔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바마마는 지금 매화를 보고 계십니다."
말의 뜻을 알고 잠시 온 식구가 웃었다.

재미로보는 오늘의 탄생화에 매화의 꽃말은 맑은 마음이다.
꽃말 지은이의 의도와는 관련이 없겠지만 속을 비우고 나면 자연히 마음도 맑아질 테니까?
히히히, 귀에 걸면 귀 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우리말 재미있다. 

2016년 7월 24일 일요일

주인의 고백

찬양 선율에 당신 미소를 태우고 
당신 어깨에 기대어 생각에 잠깁니다.
때론 늘어진 어깨,
때론 무거운 발걸음
때론 고통의 신음소리
때론 혼자만의 흐느낌
뿜어져 나오는 긴 한숨소리
순간 순간마다의 안타까움 모두를
당신 앞에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힘들고 무거운 짐 함께 하는듯 마는듯
덜어주기보다는 차라리 무심한 그대
그대를 탓하기보다 무정한세월을 한 두 번 탓한 것이 아니었지만
노년 언덕에 올라 내려다보니 무지한 이 속알머리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덜어내어 키우지 않고
무거운 나의 짐을 함께 지고 걸어온 사람
다른 모양새를 한 듯 같은 모양새
다른 생각인 듯 똑 같은 생각
내 이름 부르는 당신의 인자한 목소리
그 음성이 아련히 내 가슴에 파고 들어옵니다.
짧은 음성 만으로도 무작정 그대 안에 뛰어들어 안기고싶은
마음의 충동이 용솟음 칩니다.
주인의 주인 되신 님이여 내가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