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9일 목요일

오줌먹는 사람들



새벽시간 남편과 함께 지역방송을 시청하는데 “아침 오줌 한잔은 생명수”라며 요로법 쓰는 웰빙족이 급증하고 있다고 오줌 먹는 사람들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아침 거르지 않고 마시는 ‘오줌 한사발이 산삼보다 낫다는 것이다.
아침에 생과일 쥬스나 홍삼 쥬스보다 자신의 오줌을 마시는것이 훠~얼씬 좋다는...
요료를 시작한지 넉달 만에 10년간 시달리던 만성위장병이 놀랄 만큼 호전됐다고...
웰빙족 사이에서 자신의 오줌으로 병을 고치는 ‘요료법이 유행하고 동호회까지 등장해서 ‘오줌 마시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휴일 아침 방송이다.
요료의 관한 설명이 계속 되는 동안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남편은 너무 진지하게 시청하고 있다.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마시는‘오줌 한 사발이 산삼보다 낫다는 것이다.
휴일 아침 방송을 시청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계속 관심을 보인다.

"그렇다는 군...
오~우~
좋다는 군..."

아침 식사 중에도 머리속에는 요료 방송 생각이 가득한 표정이다.
"당신 마셔볼래?"

"그럼 당신도 약이 된다는데 마실 수 있어요?"

"아니~ 난 됐어. 저녁에 이야기하자고..."

몸에, 건강에 좋다고하는, 나로서는 이해 안되는, 먹거리들도 많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다고 먹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으견도 있던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인지.

"오줌이 그렇다는 군...
어이구! 정말 마시네...오~우~
약이 된다네?"

요료의 관한 설명이 계속 되는 동안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남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게 다시 묻는다.

"약이 된다는데 당신 마셔볼래?"

"그럼 당신도 마실 수 있어요?"

"아니, 난 됐어.
"(웃음)



2009년 3월 9일 월요일

내 가슴에 묻었어



친정 오라버니는 명퇴 후 이력서를 써서 들고 다니기를 셀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간간이 돈벌이가 된다면 가리지 않고 하지만 사기를 한번 당한 후로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돈에 대한 배신과 직장 조직 속에서 외톨이가 된 외로움과의 싸움을 곁에서 보고 있자니 눈물겹다. 어느덧 나이는 정년을 바라보는데 면접을 본다며 정장을 말끔하게 입고 넥타이를 동여매고 집을 나서면 그날은 으레히 동생인 나에게로 들렸다 간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 내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에는 또 얼마만큼 풀이 죽어서 오려는지. 그러면 나는 또 어떤 말로라도 위로를 해야하겠지 하는 마음이 앞선다. 위험물 취급 책임자 자리에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필기시험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았다고 주말을 흥분된 상태로 보냈지만 나는 오늘도 그러려니 하고 지켜 볼 뿐이다. 그렇게 좋아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하면서 못 마시던 술을 마시게되더니 언제부터인가 누구인가를 붙들고 하소연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이젠 나도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 되고 보니 대답은 건성으로 하게되고 올케언니나 자식들도 말수가 적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나마 그 중에 가장 마음을 잘 알아서 끝까지 답해주는 상대는 구십이 가까우신 어머니와 막내 동생인 나뿐이다.

 이른 저녁 술은 마셨으나 이미지 흐트러짐 없이 보는 사람이 목이 아플 정도로 넥타이를 조여 매고서 어느 날처럼 그렇게 기분 좋게 귀가하여 김치를 버무리는 내 옆으로 의자를 끌어다 바짝 가까이 앉아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오늘 면접 보는데서 내 자격증을 보고 모두들 놀라더라고요. 모두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보드라고요! 면허증을 봉투에 집어넣었는데 다시 보여 달라면서 자세히 관심 있게 들여다보더라 구요. 주인이 지금 김치 버무리는데 바꿔줄게요."

"아니 왜 바꿔. 고춧가루 묻은 손으로 어쩌라고." 전화기를 간신히 귀에 대니 어머니의 차분한 음성이 들린다.

"다행이다. 모두들 좋게 봐줬다니."

그 사람들이 실업자 면접하면서 부러울 게 그렇게도 없을까? 어머니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들이 실수 안하고 돌아온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시는 마음일 것이다.

"오빠, 언니는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해서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수십 년을 살을 섞고 살았어도 오빠 말에는 마이동풍인데 엄마는 오빠의 이야기를 한번도 나쁘게 말씀하지 않는 것을보면 참 대단하시지. 매번 지치지 않고 일과를 보고하는 오빠도 참 대단하고 모자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는 나도 참 대단해. 이런 것을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거야."
오빠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계속 말한다.

"난 내가 그런 대접을 받을 줄 몰랐거든?  너도 내가 대단하게 보여?"

"그럼, 그 많은 면허증, 자격증 들고 나갈 때 난 진작에 그런 대접받을 줄 알았어. 오빠 옛날의 그 실력 언젠가는 또 빛 날 날이 꼭 올 거야. "

"너도 그렇게 생각해? 고맙다, 말이라도... 난 혹시 하고 들고 간 것인데 젊은애들 틈에서 욘사마 된 기분이더라고! 내가 인기 있는 대접을 받을 거라는 걸 넌 미리 알았다니! 으~음! 우리 식구가 그럴 때 보면 참 눈치가 짱 이야."

"이젠 오빠 말투까지 젊어지네?"

"배웠지, 면접 보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거기에서 내 면허증을 보여 줬더니 어떤 젊은이가 "짱" 난다 그러던 걸?. 대단하다는 뜻 일거야! 난 그때부터 자신이 있었어, 다시 보여줄까 하다가 참았지, 나 잘했지?
"응. 잘했어, 그런데 '짱 난다'는 말은 짜증 난다는 뜻 이여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동무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누군가가 나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시무룩하던 오빠의 표정이 밝아 보여 참 좋았다. 오빠를 집에 태워다주고 잠시 들어가니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찌그린 올케언니의 미간이 동아줄처럼 굵게 파인채로 사람을 맞는다. 찬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언니의 표정을 살피던 오빠는 미안했던지 우리 집에서 했던 말들을 재연하듯이 언니에게 말 해준다.

"짱 난다는 말은 대단하다는 뜻 일거야!"

"아이고... 그만 들어가서 자라, 고만 떠들고... 면허증, 자격증 이야기 한번만 더하면 아흔 아홉 번째다."
꿱 소리친다. 오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짜증스런 그 말속에는 여러 가지로 남편을 무시하고 있는 표현이 담겨있다. 머쓱한지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병 꺼내 따르며 내게도 권하면서 아무 일도 없는 듯 언니를 향해 다시 이야기를 한다.

"아~ 난 몇십 년 지난 면허증들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

"글쎄 난 알았다니까?"

"알았어.? 이번에 합격만 되면 당신 마음 고생 끝이야. 오늘밤에 잠 안 올 것 같아..그 놀랜 표정들을 생각하면... 하하하!!"

"아~휴, 왜 그렇게 크게 웃는 거야! 그만 마시고 얼른 자라고요!" 언니 신경질에 조용히 일어나 소파에 쓰러져 이번에는 연극배우처럼 잠꼬대를 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내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 때문에 이 많은 면허증에 도전하였는지, 자격증을 왜 따 놓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설명을, 나중에 설명을..."

누구에게 설명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브리핑하던 버릇으로 손을 들어 손짓도 한다. 미간을 찌푸리고 눈 흘김을 하는 언니의 모습도 잠꼬대하는 오빠의 모습도 서로가 사랑으로 감싸고 덮어주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시점까지 도달해 있는 위기 폭발 상태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측은한 내 오라버니. 가엽은 올케언니. 기죽은 조카들. 실업, 명퇘, 동태, 의
길목에 위치한 동생 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 오늘도 활기찬 목소리로 "good morning!"을 외친다. 어머니에게도 하루의 시작을 잊지 않고 전화로 보고한다.

"엄마 오늘 합격자 발푠데 가보나마나 합격일거예요. 그 사람들이 많이 감탄했거든! 그래도 가서 확인은 하고 오려고요."

아침부터 비내리는 길을 나서서 걸어간다.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면허증, 자격증에 대한 자부심만 끌어안고 오늘도 혹시 누가 보여 달라고 할지 모르니 가지고 가야 한다며 28장 담겨져 있는 누런 봉투를 부둥켜안고 비오는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늦은 밤 오라버니는 술이 잔뜩 취해 들어왔다.

"그놈들이 나를 합격시키면 즈덜이 꿀릴 것 같으니까 날 내친 거야! 실력도 없는 녀석들이 내 면허증에 놀래서 즈덜 밥줄 뺏길까봐 날 불합격시킨 거야! 고소할 꺼야."

"뭘, 누구를 고소 할건데. 그나저나 면허증 봉투는 어디 있어요?"

"내 가슴에 묻었어! 내 가슴에... 가슴에... 가슴에!"

가슴에 묻은 것이 서류 봉투뿐이겠는가! 가장의 고개 숙인 모습은 언제나 회복되려나. 연애시절 단 하루도 안보면 못 견딜 것 같았다던 처음처럼의 애정이 하루속히 회복되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하는 오빠의 저고리를 벗기고 와이셔츠 속 가슴속에 묻어놓은 구겨진 누런 봉투를 꺼내면서 가슴속에 뭉쳐있는 응어리도 함께 꺼내주고 싶은 안타까움에 뜨거운 눈물이 후두둑 떨이진다.
어느 날 직장을 잃고 할 일이 없으면 곁에서 보는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요. 우리 오라버니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 들 건강 잃지 마시고 모두모두 힘내세요.

요지경


히말라야 고산족들은 양을 사고 팔 때 크기나 무게로 값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질에 따라 값을 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양의 성질을 판단하는 방법이 매우 재미있다. 가파른 산비탈에 양을 놓아두고 살 사람과 팔 사람이 함께 지켜본다는 것이다. 이 때 비탈 위로 올라가는 양은 몸이 말랐더라도 값이 비싸고, 비탈 아래로 내려가면 살이 쪘더라도 값이 적게 정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당장은 오르기 힘들지라도 가파른 산 위로 올라가면 넓은 산허리에 이르게 되어 먹이가 풍요하지만 편안하게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협곡 바닥에 이르러서 굶주려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동물을 판단하는 것처럼 사람은 자신을 향해, 자신을 위하여 현실 이면의 그 어떠한 세상의 그림을 그려보는 수고쯤은 해가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땀과 피를 흘린 다음에 주어지는 값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옳은 삶인지 땀 없이 훗날 피만 흘리면 그만인 삶이 옳은 삶인지, 요즘 들어 점점 어떠한 삶의 방식이 옳은것인지 나는 지금 제대로 잘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된다.  뉴스에는 연일 국제적인 경제 불황과 얼어붙은 부동산이, 주식이, 달러가, 원화가치가 어떻다 (심각,심각)

유년시절 소풍 지에서 요상한 복장을 한 아저씨께서 상자를 두드리기도 하고 변사처럼 목소리를 바꾸면서 흥을 돋구면 그 유혹? 에 못이기고 한번만, 딱 한번만 더, 하면서 들여다보던 요지경이 생각난다.
5∼6개의 렌즈 구멍을 들여다보면 상자 속의 그림이 확대되어 보이고 그 그림에 매달린 끈으로 한 장씩 잡아 올려 보다보면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소풍날에나 만져보는 큰돈을 모두 빼 앗? 기고도 그 이야기를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요지경 속 구경은 너무 재미있었다.
누가 말했나,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재미있고 살아 볼만한 세상, 요지경세상속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50대 부부를 숨지게 한 뒤 달아난 범인은 친아들.
강도 행각을 벌인 뒤 피해자가 얼굴을 알아 볼까봐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20대.
농촌지역의 한 마을에 사는 40대 남성이 같은 마을에 사는 60대 여성을 성폭행.
성형중독 할머니 “못생긴 손녀 봐주기 싫어” 충격
유재석 “목욕탕서 장동건보고 도망쳤다”
이번 주 로또 복권의 1등 당첨자는 7명으로 억 억 억~~
옷장 서랍 바닥에 깔려있던 누렇게 변한 오래된 일간지 기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지금 현실만 복잡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희로애락은 언제나 동행하고 있었어...
지하철 역내에서 빈혈로 쓰러져 철로에 떨어지는 동영상의 아찔함.
두 아이를 숨지게한 범인이 엄마라는 기사.
아까운 나이에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기사.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요지경같은 세상은 즐겁고 신나는 기사보다 우울한 뉴스거리가 많다.

험한 인생 길, 나 역시도 산등서니에 올라 산 아래를 향하여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날들이 있었기에 점점 자극적인 뉴스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겨우내 얼어있던 길가 마른 잡초 속을 비집고 봄기운을 알리는 새싹들이 무색하게 가을은 아직 멀었는데 낙엽 밟을 때 부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사 세옹지마 라고 했던가!
야구는 중국을 콜드게임으로 대파하고 올해 미국 LPGA에 정식으로 데뷔한 신지애가 시즌 첫승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박수~짝짝짝!!!)

이런! 오늘의 요지경 막말이...
30년 동안 일본을 따라 올 수 없게 만들어 주겠다는 이치로의 말을 확인 시켜 준 경기라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이런 망할 짜~슥~.
  

2009년 3월 4일 수요일

불가마의 하루



이사 전 날이다.
이사 날짜가 잡힌날 하필이면 몸도 욱신욱신하고 감기가 오려는지 코가 맵다. 집수리를 한다고 엉망이고 괴로워하는 나를 그이가 24시 불 가마에 내려주고 갔다. 뜨겁게 목욕하고 마사지도 하고 찜질 방에 불 가마에 pc 방에 식당에 이곳저곳 들여다본다. 이사 해놓고 정리되면 데리러 올테니 편히 쉬란다.
착한 사람.
여기저기 사람들이 누워있다.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도 피운다.
몸이 개운 하려고 하루종일을 불 가마에서 지낸다는 사람도 있고 불 가마 회원이라며 일주일에3회 온다는 불가마 회원들은 남편 흉보기에 웃음을 참지 못한다.
나처럼 혼자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말할 사람도없고 오래도록 있으려니 개운하기는커녕 손으로 이불호청 돌려 짜놓은 것처럼 몸이 뒤틀리는것 같다. 저녁이 되니 나가고 들어오고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눕는 사람들이 늘어가는데 더러는 잠을 자기위해서 들어오는 사람들 같았다.

나도 TV가 잘 보이는 장소로 옮기어 자리를 잡았다.
모두들 여기저기 누워 잠을 청하는데 혼자라서 벌러덩 눕기가 더욱 쑥스럽고 민망하다.
옆자리에 사내아이를 데리고 가족인 듯 세 식구가 자리를 잡는다.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눕고 내 옆쪽으로 어린이가 앉아서 쥐포를 먹는데 꼬릿한 비린내가 심하다.
내가 싫어하는 냄새다. 그러나 혼자 눕기 민망한데 가까이에 어린이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누워 TV를 주시했다. 얼마 후 어린이가 잠이 들고 두 사람은 일어나 아이 가슴에 수건을 포개어 덮어주고 매점에서 캔 맥주. 김밥, 오징어 ,스낵 과자를 사다 펼쳐놓고 맛있게 먹고 마신다. 나는 한번도 못해 본 광경이라 부럽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워있던 다른 사람들이 조용히 잠들어가고 간혹 기침소리도 들리고...
채널이 고정되어 있는 재미없는 TV는 혼자 떠들고 있다.
나는 이유가 있어서 작정하고 들어왔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내일 직장은 어쩌려고 여기서 밤을 보내는지 궁금했다. 옆자리에는 아직도 맥주를 마시고 있다. 참, 많이도 먹는다. 미안하긴 하지만 궁둥이를 그쪽으로 내밀고 돌아누웠다. 잠은 오지 않고 누워있으려니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들의 말을 다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처음엔 부부인줄 알았는데 이야기 내용은 부부가 아니다. 술이 거나해진 여자는 계속 말하고 남자는 대답만 한다.

'자기야! 난 10년 동안 너무 착하게 살은 것 같애. 다른 것은 몰라도 자기한테만은 착했어. 내가 자기 명령을 거역한 적 한번도 없었지? 자기 마누라 보다 내가 자기를 더 많이 사랑하고 복종한다는것 내가 자부하는 건 그거야.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 안 그래? 말해봐!"

'그래..'

"참 세상 불공평해. 요즘은 쎄컨드로 살면서 연하 애인없고 외제차 없고 집 없으면 세상 헛 산거라는데 나는 자기밖에 없잖아! 자기는 나도 있고 마누라도 있고...자기는 나한테 잘해야돼!"
마누라 있는 남자 곁에서 불공평하게 10년을 복종하며 산다는 자기 푸념을 섞어 앙 탈을 부리는 것이다.
아무 말이 없는 남자의 표정이 궁금해지기에 용기를 내어 돌아누웠다.
남자와 내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겸연쩍은 듯한 표정으로 자고있는 아이를 번쩍 안고 잠자는 방이라는 팻말이 걸린 쪽으로 걸어 간다.

"자기야! 그냥 여기 있자. 자기야~자기야!"
남자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그냥 걸어갔다.
저 말없는 남자가 10년 동안 자기라고 불러주는 여인의 앙 탈을 들어주는 동안, 아이가 커가는 동안 그 마누라는 알고 살까, 모르고 살까. 별것이 다 궁금하다.

이삿짐 정리를 하다가 불 가마의 하루를 기억한다.
남자 등뒤에 대고 부르던 그녀의 콧소리 섞인 "자기야! 자기야!" 그 단어가 별안간 느끼해 진다.
혹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면?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자꾸 연결 해보고 있다.
요즘 드라마를 보더라도 막장드라마다, 불륜이다, 내연녀다, 숨겨놓은 자식이다 이런 스토리들이 어제오늘 갑자기 일어난 일들은 아니건만 짧은 일생 나이가 들어갈수록 헷갈린다.

오늘아침 남편 출근길에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여보! 다녀오세요."

남편 하는 말,
"와 이라는데, 평소대로해라. 겁난다."

"잘못있으면 겁나야지."

"대체, 뭔 헛소리고, 아침 먹은 빵이 상했었나?"

될수있으면 '자기'라는 호칭은 쓰지 않기로 했는데 여보라는 호칭에 갸우뚱하는 그이 고개짓에 내 얼굴이 화끈했다. 안 하던짓 하려니 쑥스러워 원래대로 다시한번.

"자기야! 일찍 들어와~~"

2009년 2월 4일 수요일

아들과 나누는 체벌

지난주일 날씨도 싸늘한데 창 밖에서 떨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닌데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살짝 열어놓았기에 그대로 듣게되었다.
중학교3학년 아들이 친구와 함께 교회 간다고 먼저 집을 나섰고  엄마아빠와  예배가 끝나고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었나 보다. 아들과 함께 집을 나간 아들의 친구 부모들도 같은 입장으로 아들을 찾고있었다고 한다. 알아본 결과 아이들은 교회에도 출석을 안 했고 게임 장에서 저녁이 되도록 연락이 두절되어 부모님들이 애가 타서 찾아다녔나 보다. 세상이 험하다보니 전화를 안 받으면 가슴이 덜컹하는 것은 사실이다.

"왜 그랬니...전화는 받아야 할 것 아니야~~솔직히 말해봐!"

"놀고 싶어서 그랬어요...난 하나님보다 게임이 더 좋아요"

"그래, 그래...하나님보다 좋은 게임이면 너 혼자 하지 친구는 왜 붙들고 있었어."

"친구는 친구고 나는 나예요. 친구 내가 붙들지 않았어요."

"너 지금 반항? 반항하는 거야?"

"반항이 아니고 제 마음을 말하는 거예요."

"놀다가 약속시간, 교회 끝날 시간에라도, 아니, 엄마아빠와 약속한 시간에는 와야 할 것 아니야~~ 응?"

"시간 가는줄 몰랐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알면 걱정하시니까 여기서 맞아라....몇 대 맞을래..."

"5대요."

길지않은 시간에 오가는 많은 이야기속에 너무 화가 난 아빠도 아빠를 화나게 한 아들도 한동안 말없이 벽에 이마를 붙이고 서서 감정을 정리하는것 같았다.
커튼사이로 내다보니 두꺼운 각목이 보였다.

"아빠가 먼저 맞을게 네가 뉘우치는 만큼 힘껏 때려라."

잘못했다고, 다섯대 다 맞겠다고 애원하던 아들은 아빠를 향해 각목을 세게 2번 내리치고 흑흑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 아들과 지켜온 약속이었던 같았다.
벽에 손을 대고 비스듬히 엎드린 아들의 엉덩이를 체벌하는 아빠의 목소리도 분명히 울고있었다.

"엄마가 불쌍하지 않니?"

"잘못했어요."
"아빠와 약속한것은 뭐야~ 아빠 말이 우습니?"

"잘못했어요."

"아빠가 제발 부탁인데 정히 어긋나겠다면 너 혼자 나빠져라 친구 불러내지 말고..."

아마도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아들 친구 부모에게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말을 들은것 같았다.
담벼락 귀퉁이에 각목을 세우고 할머니 할아버지 걱정하시니까 표정 추스르라며 손수건을 꺼내어 아들의 얼굴을 닦아주고 머리도 매만져 준다. 눈물이 흘렀는지 본인의 눈가도 닦고 나서 뻘쭘하게 서있는 아들을 힘주어 한동안 안아주더니 바닥에 내려놓은 책을 들어 아들손에 들려주며 어깨를 감싸안고 돌아갔다. 청소년 시기에 한번쯤 경험하는 사사로운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어찌보면 어른들 보다도 더 분주하다. "놀고 싶었어요"라는 그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부분 부모들은 이런경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내 아이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너 때문에 친구가 나빠지면 안 된다며 내 아이를 꾸중하고 아들과 체벌을 나누는 젊은 아빠의 인성 교육방식이 참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