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렸을 때 학교에 다녀오면 부모님은 바쁜 농사일에 늘 집에 안계셨다.
배가고파 부억에 가보면 붉은 해당화 꽃이 그려져 있는 동그란 양은 밥상에 베 보자기가 덮여있었다. 고추장, 간장, 그리고 신 김치 국물...
며칠 전에도 어제도 오늘도 기본 메뉴다.
장독대에 가보면 깡 보리를 삶아 소쿠리에 담아 역시 베보자기로 덮어놓고 내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셨다. 아마도 저녁밥을 지을 준비를 해놓은 것이었을 것이다. 2살 차이나는 언니와 나는 소쿠리 째 들어다가 옆에 놓고 양푼에 담아 고추장과 신 김치 국물을 넣고 비비고 텃밭에서 제일 작은 풋고추를 따서 대충 물로 헹구어 그것도 고추장을 찍어 먹는 것이 유일한 반찬이었다. 먹다보면 작은 고추에는 오므린 꽃이 붙어있기도 했다. 요즘처럼 위생? 개념 없었다.
배불리 먹고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를 하다보면 잠이 들곤 했다.
일마치고 들어온 내 어머니는 늘 혼잣말을 하셨다.
“어머나 저녁꺼리를 다 먹어치웠네...”
그런 날은 엄마는 밀가루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끓이셨다.
지금에서야 안 사실은 나와 언니는 보리곱삶이 밥을 먹은 것이 아니라 한번 삶아놓은 꽁보리를 먹은 것이었다는...
내가 추억하는 1960년대 후반의 기억이다.
* 보리곱삶이 밥이란 보리를 2번 삶아서 지은 밥이란 뜻이라고 한다.
꽁보리라는 뜻은 자세히 서술된 문건은 없지만 보리에 꼬리가 달려있어서 지어진 이름이 아 닐까? 라는 오빠의 글을 읽었다.
어제는 먹자 모임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된장찌개 산채나물이 유명하다는 꽁보리밥 집으로 가자는 3명의 여인들과 막국수를 먹자는 3명의 여인네들 의견에 나는 보리밥도 싫고 비도 내리고 눅눅한 날씨이니 뜨거운 국물을 먹자고 했다. 그래서 정한 곳이 막국수에 뜨거운 국물이 나온 다나 어쩐 다나 다수에 끌려서 간곳이 막국수 집이다.
“여기 쟁반국수 주세요.”
“네 쟁반 7인분요~~”
“네 막국수 7인분요. 뜨거운 국물 2주전자 주시구요...”
여자들은 시끄럽다. 주문하는데도 제각기 떠든다.
나도 질세라 거들었다.
“저는 메밀 막국수 주세요.”
얄밉게 감초여인이 내 말을 막는다.
“언니! 여기는 메밀 막국수라고 말 안 해도 막국수고 쟁반국수고 메밀국수 주는 집 이야요. 메밀국수하고 메밀전병 밖에 없어요.”
뜨거운 갈비탕이 먹고 싶었던 나는 몹시 마땅치 않았기에 감초 여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나는 잘 난 척을 했다.
“이보시게 아우님 막국수를 시킬 때는 메밀 막국수 또는 밀 막국수라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맞는 거야.”
내친김에 보리밥이 무공해영양식으로 각광받는 정확한 이유를 알고 먹으라는 강의로 이어졌다.
“보리는 농약 없이 재배하는 작물이지. 그래서 무공해 밥상으로 사랑 받는 거라고...
보리밥을 먹으면 방구 장이가 되기는 하지만 보리밥 먹고 체해서 죽었다는 대한 뉴스 본적 있거나 들은 적 있는지?“
순간 경청하던 옷 나라 옷가게 여인이 훈수를 둔다.
“개똥박사에게 박수! 박수~~ 짝짝짝~~“
개똥박사...
별명이 되었다.
먹자 모임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기분이 흐뭇했다.
늘,
항상 오늘 배운 지식은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