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4일 수요일

아들과 나누는 체벌

지난주일 날씨도 싸늘한데 창 밖에서 떨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닌데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살짝 열어놓았기에 그대로 듣게되었다.
중학교3학년 아들이 친구와 함께 교회 간다고 먼저 집을 나섰고  엄마아빠와  예배가 끝나고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었나 보다. 아들과 함께 집을 나간 아들의 친구 부모들도 같은 입장으로 아들을 찾고있었다고 한다. 알아본 결과 아이들은 교회에도 출석을 안 했고 게임 장에서 저녁이 되도록 연락이 두절되어 부모님들이 애가 타서 찾아다녔나 보다. 세상이 험하다보니 전화를 안 받으면 가슴이 덜컹하는 것은 사실이다.

"왜 그랬니...전화는 받아야 할 것 아니야~~솔직히 말해봐!"

"놀고 싶어서 그랬어요...난 하나님보다 게임이 더 좋아요"

"그래, 그래...하나님보다 좋은 게임이면 너 혼자 하지 친구는 왜 붙들고 있었어."

"친구는 친구고 나는 나예요. 친구 내가 붙들지 않았어요."

"너 지금 반항? 반항하는 거야?"

"반항이 아니고 제 마음을 말하는 거예요."

"놀다가 약속시간, 교회 끝날 시간에라도, 아니, 엄마아빠와 약속한 시간에는 와야 할 것 아니야~~ 응?"

"시간 가는줄 몰랐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알면 걱정하시니까 여기서 맞아라....몇 대 맞을래..."

"5대요."

길지않은 시간에 오가는 많은 이야기속에 너무 화가 난 아빠도 아빠를 화나게 한 아들도 한동안 말없이 벽에 이마를 붙이고 서서 감정을 정리하는것 같았다.
커튼사이로 내다보니 두꺼운 각목이 보였다.

"아빠가 먼저 맞을게 네가 뉘우치는 만큼 힘껏 때려라."

잘못했다고, 다섯대 다 맞겠다고 애원하던 아들은 아빠를 향해 각목을 세게 2번 내리치고 흑흑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 아들과 지켜온 약속이었던 같았다.
벽에 손을 대고 비스듬히 엎드린 아들의 엉덩이를 체벌하는 아빠의 목소리도 분명히 울고있었다.

"엄마가 불쌍하지 않니?"

"잘못했어요."
"아빠와 약속한것은 뭐야~ 아빠 말이 우습니?"

"잘못했어요."

"아빠가 제발 부탁인데 정히 어긋나겠다면 너 혼자 나빠져라 친구 불러내지 말고..."

아마도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아들 친구 부모에게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말을 들은것 같았다.
담벼락 귀퉁이에 각목을 세우고 할머니 할아버지 걱정하시니까 표정 추스르라며 손수건을 꺼내어 아들의 얼굴을 닦아주고 머리도 매만져 준다. 눈물이 흘렀는지 본인의 눈가도 닦고 나서 뻘쭘하게 서있는 아들을 힘주어 한동안 안아주더니 바닥에 내려놓은 책을 들어 아들손에 들려주며 어깨를 감싸안고 돌아갔다. 청소년 시기에 한번쯤 경험하는 사사로운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어찌보면 어른들 보다도 더 분주하다. "놀고 싶었어요"라는 그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부분 부모들은 이런경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내 아이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너 때문에 친구가 나빠지면 안 된다며 내 아이를 꾸중하고 아들과 체벌을 나누는 젊은 아빠의 인성 교육방식이 참 인상적이었다.


2009년 2월 3일 화요일

갸우뚱 관광체험

작년가을 o 산악회에서 떠나는 관광을 다녀왔다. 
단풍이 아름답기로유명하다는 내장산 관광이었는데 자리가 남아서 차비 만 오천원 만 내면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말에 선뜻 따라나섰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한 나로서는 어릴 때 소풍가는 날처럼 많이 들떠있었다. 더 신나는것은 적은돈으로 그 먼곳을 관광하다니 뿌듯했다. 차멀미를 할지도 모르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부녀회장 뿐 이어서 맨 앞에 앉기로 했다. 차가 출발하고 기사 아저씨의 인사와 함께 그날의 관광 일정을 알려주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음료수, 우유, 떡, 과일이 각 사람에게 배당되었다. 점심은 각자 도시락을 준비하던지 관광지에서 사먹어도 된다는 말에 준비를 안 했는데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 만큼 먹거리가 풍부했다.
버스기사님은 고속도로를 지나며 지역 곳곳을 계속 안내해주었다. 운전에만 집중을 해주면 좋으련만 고속도로를 들어서면서 구수한 입담으로 시작하는 19금 단풍놀이 관광 버스 안은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어찌 무슨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불안했다. 원하는 사람들은 캔 맥주와 팩으로 된 소주 그리고 준비해온 술안주음식들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져 뒤로 전달되고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중에는 술을 서로 권하기도 하고 "위하여"를 외치기도 한다.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이 한편에서는 노래를 부르는가 했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혼자 중얼거렸다. 
고막이 터질 것 같은 마이크 볼륨과 화면에 나오는 노랫말과 영상들 버스 가운데는 한치의 공간도 없이 빼곡하게 일렬로 선 자세로 그 자리에 붕붕 뛰는 사람들, TV 고발 프로에서 보았던 광경이다. 설마 차 바닥이 쑤욱 빠져나가지는 않을까? 차가 열 받아서 불이 나지는 않으려나? 설마 하느님이 보우하사 차가 전복되지는 않겠지... 
더욱 놀라운 것은 맞은편에서 단속 정보를 알려 주는 신호를 보내 주었다며 춤추는 것을 단속하니 잠시 자리에 앉아 달라는 안내방송을 해주기도 하고 단속하는 자리를 벗어났다는 안내도 해주었다. 달리는 창밖에 보이는 것은 멀리도 가까이도 휙휙 지나치는 풍경자체가 아름다움인데 창 밖의 풍경과는 상관없는 차안의 풍경을 보면서 내 허리를 두르고있는 안전벨트는 점점 짧게 조여졌다.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내게 촌스러운 짓 그만 하라는 표정으로 관광버스 기사는 베테랑이라서 안전벨트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맞은편 아주머니는 덩달아 한마디` 관광버스에서 안전벨트 하고있는 사람 처음 보았다고 까지 말하는 것이었다. 살아오면서 축적된 모든 스트레스를 꺼내놓는 한풀이 행사 같았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버스 안에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것인지... (갸우뚱~~)
우리 어른들이 놀거리가 많이 삐뚤어져 있는것 같다.
산에 도착하니 나를 에워싼 고운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래! 나는 좋은 경험 했다. 
그날의 고운 단풍만 기억하자.'마음으로 다짐을 해보건만 그 위험했던 관광 버스의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다.
위험을 동반한 모순된 관광문화는 없어졌으면하는 바람이다.
요즘 코엑스에서  2009 내 나라 여행박람 회가 열리고 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국내여행지도 알아보고 여행정보도 얻고 올해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녹색체험관광으로 기쁨을 체험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