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4일 토요일

취미와 특기

어린이 동아일보 주최 글짓기에서 초등학교5학년 때 금상을 받았을 때다. 
신문에 실린 내 글 아래에 윤 석중 선생님의 심사평 중에"하고싶은 말을 꾸미지 않고 아름답고 솔직하게 표현한 글이다."라고 칭찬하셨다.
상을 받고 온 토요일이 지나고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월요조회를 할 때 교장선생님의 칭찬은 나를 학교의 스타로 만들었다. 교실에 들어가니 또 담임 선생님의 칭찬으로 이어졌고 어린 이때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춘다는 말처럼 그야말로 춤추듯 신나는 유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솔직히 란 것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통하지를 않았다.

내게 은 귀 게가 생긴 후부터 우리 가족의 귀는 내가 접수했다. 특히 막내 오빠는 하루에 한번은 무조건 내 무릎을 끌어다 베고 눕는다. 귀지가 없으면 그냥 간질여 라도 주어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미국에 다녀온 오빠에게 미제 손톱 미용 세트를 선물 받고 난 후에는 취미는 한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옛날에는 손톱깎이가 없어서 가위나 칼로 손톱발톱을 깎았었지만 미제 손톱깎이 덕분에 그렇게 나의 취미는 두 가지로 고정되었다. 귀 파주고 용돈 받고 손톱 깎아 주고 용돈을 받았다. 안주고 넘어가면 치부책에 외상이라고 적어 놓는다. 약속을 안 지키면 울고 땡 깡을 핀다. 큰오빠와 20년 18년 15년 12년 막내 오빠와는 10년 터울이다 보니 자식 같은 동생에게 안 주고는 못 견디었다.
이렇게 자라서 중학생이 되었다. 학년초에 환경 조사 서를 써야했다. 취미 특기 쓰는 곳에 취미 귀 파주기, 손톱 깎아주기 특기는 울고 보채기라고 썼다가 선생님께 장난 쳤다고 야단을 맞았던 것이다. 손바닥 세대 맞고 억울해서 책가방도 그대로 두고 울면서 집에 갔다. 한쪽 눈에 망막이 늘어나 수술을 할 지경까지 울었었다. 엄마 말씀하시길 귀엽게도 안 키웠는데 어리광을 핀다는 말 한 마디 했다가 아버지에게 쫓겨 날 뻔 하셨다고 한다. 그러니 학교는 물론 발칵 했다. 눈이 찢어지도록 우는 아이가 취미가 뭐고 특기가 뭔지 장난으로 꾸며댈 수 있는 머리가 아니라는 지론을 피셨다. 좋게 말하면 순진한 것이고 심하게 말하면 딸이 좀 부족하다는 뜻이었을까? 선생님은 나의 눈 높이를 맞춰주지 못했던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하셨고 내가 3학년 올라가는 해에 전근을 가셨다. 그리고 우리 큰아이가 중학교 입학했을 때 딸아이 학교에서 목사님이 되신 선생님을 30년만에 다시 만났다.

딸아이에게 선생님께서 취미를 물어보니 햄 통신이라고 말했고 특기는 첼로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하였다. 옛날에 비하면 대학생 수준의 대답이라고 말씀하시던 선생님, 지금은 하나님 나라에서 평안하시리라 믿으며 제 작년 작고하신 선생님을 잊고 살다가 오늘에서야 잠시 추억해 보았다.
 지금은 오빠가 아닌 남편에게 내세우는 귀 청소 손톱발톱 정리를 하다보니 취미이자 특기 거기에 또 한가지 사랑 받는 비결로 써먹고 있다.
남편 하는 말

"당신은 귀 간 지르는 것 말고 잘하는 거 아무 것도 없다. 그 기술 길이길이 보존해라."

 


2007년 3월 21일 수요일

갈등


 

나는 덩굴성 식물을 좋아한다.인내심도 강하고 끈기도 있어보이고 꽃 향기도 좋고....등등..찍어놓은 사진을 찾다보니 새콩, 하박쪼가리, 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인동초도 있다. 작년에 찍은 등나무 꽃과 칡꽃을 찾아놓고 보다가 칡과 등나무를 골랐다.둘다 올리기로 했다.
나의 느낌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요즘 우리나라 정치계..... 모양새?를 보는것 같은느낌이다.   

갈등葛藤,
갈(葛)은 칡이고 등(藤))은 등나무를 일컫는다. 
사전에는 견해· 주장· 이해관계 따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라고 써있다. 
우리는 많은 갈등 속에서 세상을 산다. 자신이 아주 잘났다고 하는 사람도, 그렇지 못하다고 겸손한 사람도 갈등이 없을 리가 없다.
‘칡덩굴과 등나무 덩굴은 서로 얽히는 방향이 달라서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는다고 한다.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Conflict..충돌, 대결)칡 나무와 등나무는 모두 콩과 식물로 꽃 꼬투리나 모양도 비슷하게 생겼다. 단지 등나무는 흐린보라색이고 칡꽃은 진보라 색깔이다. 같은 덩굴 식물 콩과로 사촌간이지만 둘이 하는 짓을보면 서로 종잡을 수 없이 뒤틀어가며 순을 뻗는다. 그렇게 주변 다른 나무등걸에 줄기를 칭칭 휘감고 올라간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밀고 당기고 누르며 비비꼬며 올라가는 모습에서 갈등과 불화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