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로 한숨이 깊어만 가는 요즘 추석이 다가와서인지 마주치는 표정들이 밝은 사람보다 어두운 분들이 더 많은 듯하다.
마음만 바빠지는 명절 추석, 가까운 이들에게 보낼 작은 선물과 상차림 준비물을 메모하면서 몇 해전보다 반으로 줄어든 시장비용을 확인하고 집을 나섰지만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도시의 풍경이 늘 그렇듯 바쁜 행인들이 나의 곁을 눈길 없이 지나쳐가고 더욱이 젊은이들 보다 나를 비롯한 중년의 모습에서는 웃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긴 정신 놓은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맥없이 길을 걸으며 실실거릴 리가 있겠느냐만 나뿐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어두워 보인다. 그렇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기분을 고쳐먹기로 했다.
도시의 풍경이 늘 그렇듯 바쁜 행인들이 나의 곁을 눈길 없이 지나쳐가고 더욱이 젊은이들 보다 나를 비롯한 중년의 모습에서는 웃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긴 정신 놓은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맥없이 길을 걸으며 실실거릴 리가 있겠느냐만 나뿐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어두워 보인다. 그렇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기분을 고쳐먹기로 했다.
중년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던데, 입은 미소 띤 모양으로 옆으로 힘을 주어 긴장하고 미간은 찡그리지 말고 눈은 최대한 동그랗게 힘주어 크게 뜨고 땅바닥만 쳐다보며 터덜터덜 걷지 않고 사뿐사뿐 주위를 살피면서 걸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횡단 보도 옆 대형 화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마음을 고쳐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좋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회색 빛 도심 속 풍경을 회색 빛 마음으로 평소 무심히 보고 지나치던 그곳을 오늘은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그야말로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그리고 하얀색 꽃까지 일곱 빛깔 무지개보다도 많은 꽃들을 번갈아 보면서 마음의 색깔도 변하는 자신을 느끼게 되었다. 주위에 모든 사물들이 정겹게 보려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정말 정겹기가 그지없다.
자동차의 소음도 매연도 먼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곱디고운 베고니아, 팬지, 페츄니어, 금잔화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한몫하고 있다. 비록 공기 좋고 물 좋은 대자연 속이 아닐지라도 작은 송이는 화분 안에 갇힌 상태일 지라도 활짝 꽃 피어 웃고 있는 꽃 무리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저 꽃들도 아름다움을 뽐내고는 있지만 지금 이 환경이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현재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황막하고 고되고 힘들다고 나 자신 많은 불평불만 좌절을 번복하며 살지 않는가? 꽃들을 보면서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나 자신이 깨닿고있다. 만물의 영장인 내가 현실극복을 못하고 우울하다면 안될 말이다. 식물과 나를 견주어 생각하는 사이에 왠지 꽃들이 나에게 희망의 속삭임을 들려준 것 같은 기분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기만 했다.
로터리를 지나려는데 이것은 또 어인 풍경이란 말인가?
내 마음에 들리던 꽃들의 속삭임이 아직도 들리는 듯한데 로터리 한가운데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흐뭇한 마음도 보너스로 주어진다.
누구의 손길일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로터리 가운데 큰 시계탑을 중심으로 빙 둘러 꾸며놓은 시골풍경은 작은 마을을 축소시켜 옮겨 놓은 것 같다.
지게 위에 넘치듯 흘러내린 나팔꽃덩굴, 반쯤 깨어진 대형 항아리 속에 누렇게 익어 가는 벼이삭과 피에로 옷차림을 한 허수아비의 익살스런 표정도, 그 옆으로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담 위에는 기왓장도 올려져있고 그 아래는 올망졸망 여러 개의 항아리를 모아 놓은 장독대도 있고 그 곁에서 누렇게 익어 가는 커다란 늙은 호박 한 덩이가 나의 마음을 풍요하게 했다. 건강하고 튼 실한 토란줄기와 우아하게 하늘을 향해 쫙 펼쳐진 우산 같은 토란잎은 바라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그 옆에 나의 몸을 살짝 옮겨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에 들리던 꽃들의 속삭임이 아직도 들리는 듯한데 로터리 한가운데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흐뭇한 마음도 보너스로 주어진다.
누구의 손길일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로터리 가운데 큰 시계탑을 중심으로 빙 둘러 꾸며놓은 시골풍경은 작은 마을을 축소시켜 옮겨 놓은 것 같다.
지게 위에 넘치듯 흘러내린 나팔꽃덩굴, 반쯤 깨어진 대형 항아리 속에 누렇게 익어 가는 벼이삭과 피에로 옷차림을 한 허수아비의 익살스런 표정도, 그 옆으로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담 위에는 기왓장도 올려져있고 그 아래는 올망졸망 여러 개의 항아리를 모아 놓은 장독대도 있고 그 곁에서 누렇게 익어 가는 커다란 늙은 호박 한 덩이가 나의 마음을 풍요하게 했다. 건강하고 튼 실한 토란줄기와 우아하게 하늘을 향해 쫙 펼쳐진 우산 같은 토란잎은 바라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그 옆에 나의 몸을 살짝 옮겨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얄팍한 지갑을 들고 장보러 가던 무겁던 발걸음은 가벼운 발길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콧노래도 흥얼대고 있었다. 거리거리마다 가꾸어 놓은 꽃들과 시골의 소박하고도 풍요한 모습을 그대로 재연해 꾸며 놓은 그 손길들 위에 감사와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